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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

일리아스 이야기, 트로이에서 품은 궁금증

by 헤이토비 2026. 8. 27.

트로이 목마에 대한 궁금증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시작됐습니다. 그때는 《일리아스》를 읽어본 적도 없었지만, ‘트로이 목마’라는 낯선 이름은 고대의 신화와 역사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트로이는 오랫동안 이야기 속에만 존재하는 먼 도시로 남아 있었습니다.



오래된 궁금증


계기는 뜻밖에도 딸이 권한 튀르키예 여행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오래전부터 품어온 궁금증이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기회에 트로이에 가서 그 목마를 직접 봐야겠다.’

그렇게 트로이로 떠났습니다. 문학을 좋아하던 학창 시절부터 트로이는 언젠가 한 번쯤 직접 가보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이야기 속에서만 상상하던 목마가 실제 유적지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서 있을지도 궁금했습니다.

학창 시절의 막연한 동경이 구체적인 여행지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계획에 없던 여행이 오랜 궁금증을 풀어주기도 하는 법이더군요. 인생에는 그렇게, 뜻밖의 걸음이 오래된 마음을 데려다주는 순간이 있나 봅니다.


소박했던 목마


이스탄불에서 투어 버스를 타고 5시간을 달려 도착한 트로이. 긴 이동이었지만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오래 기다려온 곳에 가까워질 때는, 이상하게 시간도 같이 빨리 흐르는 법이니까요. 마침내 도착한 트로이, 저 멀리 목마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멀리서 마주한 첫 느낌은 '소박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목마의 몸통 곳곳에는 작은 사각형 창이 뚫려 있었고, 등 위에는 망루 같은 구조물이 얹혀 있었습니다. 관광객들은 뒷다리 쪽 계단을 따라 내부로 들어갔습니다. 문득 이 작은 공간에 수십 명의 정예 병사가 어떻게 숨어 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이 목마가 실제 유물이 아니라 관광객을 위해 재현한 모형이라는 사실을 떠올렸습니다.


함께 읽는 시간


트로이 여행을 다녀온 뒤, 《일리아스》를 제대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혼자 읽기보다는 이해를 돕기 위해 《일리아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독서 모임에 가입했습니다.

모임은 일주일에 한 번씩 열렸는데, 각자 집에서 정해진 분량을 미리 읽어 오고, 모임에서는 해석과 생각을 나누는 방식이었습니다. 같은 장면을 읽어도 사람마다 주목하는 지점이 달라, 혼자 읽었다면 지나쳤을 부분을 곱씹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렇게 매주 만나 읽고 나누는 시간을 3~4개월가량 이어갔습니다.


이준석 교수님과의 만남


처음 만난 《일리아스》는 천병희 교수의 번역본이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방송통신대학교에 편입하면서 뜻밖에도 그곳에서 천병희 교수님 이후 40년 만에 새로운 번역을 내놓은 이준석 교수의 강의를 직접 듣게 되었습니다.

강의가 끝난 뒤 이어진 자리에서 교수님이 남긴 말씀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일리아스》는 "세상 전부와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재산"이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오랜 시간 원전과 씨름해 온 학자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가, 이 서사시가 3천 년이 지난 지금도 읽히는 이유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일리아스》를 읽고 싶은 이유


트로이 목마와 스터디 모임을 거치며, 《일리아스》는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깊이 들여다보고 싶은 텍스트가 되었습니다. 이후에도 정암 학당 강대진 교수님과 서양고전학자 김헌 교수님의 강의를 유튜브로 찾아 들으면서 《일리아스》는 더 이상 먼 고전이 아니었습니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두권을 합치면 벽돌 두 개만큼의 분량이라 혼자 완독하기는 버겁지만,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그 자체로 너무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때 들은 교수님의 말씀은 지금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시, 호메로스


호메로스는 고대 그리스의 서사 시인으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의 저자로 전해집니다. 정확한 생몰년이나 실존 여부는 지금도 학계에서 논쟁 중이지만, 그가 남긴 두 작품은 서양 문학의 중요한 출발점으로 꼽힙니다.

3천 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전 세계 독자들에게 읽히고 연구되는 이유는, 인간의 감정과 운명, 전쟁과 명예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 글부터는 독자의 마음으로 작품 속 인물과 주제를 하나씩 따라가 보려 합니다.


💡 알고 계셨나요?

정작 《일리아스》 본문에는 트로이 목마가 나오지 않습니다. 《오디세이아》에 짧게 언급될 뿐, 트로이 목마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다뤄지는 건 훗날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에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