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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

호메로스 《일리아스》 23권 A, 파트로클로스의 장례

by 헤이토비 2026. 9. 27.

《일리아스》 23권은 헥토르가 죽은 뒤 아킬레우스가 벗 파트로클로스의 장례를 치르고, 그를 기리는 경기를 여는 장입니다. 분량이 길어 A·B·C 세 편으로 나누고, A편에서는 혼령과의 만남부터 화장과 유골 수습까지 정리합니다.

 

뮈르미돈인들의 마지막 조문

배들이 있는 헬레스폰토스에 다다르자 아카이아인들은 각자 자기 배로 흩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아킬레우스는 뮈르미돈인들을 붙잡아, 아직 전차에서 말들을 풀지 말고 말과 전차를 탄 채 파트로클로스에게 가까이 가서 애곡하자고 말합니다. 그것이 망자에게 바치는 명예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시신 주위를 세 차례 돌았고, 테티스가 통곡하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자 눈물로 모래흙과 무장을 적셨습니다. 아킬레우스는 벗의 가슴에 두 손을 얹은 채 쉬지 않고 탄식합니다. 아가멤논이 군사들을 해산시킨 뒤에도 그는 파도에 씻기는 바닷가에 누워 무겁게 신음했습니다.

파트로클로스의 혼령이 찾아오다

기백의 근심을 풀어주는 달콤한 잠이 지친 아킬레우스를 사로잡자, 파트로클로스의 혼령이 머리맡에 나타납니다. 체격과 눈, 목소리뿐 아니라 입고 있는 옷까지 생전 모습과 똑같았습니다. 혼령은 자신을 잊고 잠들었느냐며, 장례를 서둘러 하데스의 관문을 지나게 해달라고 청합니다.

파트로클로스는 어린 시절 놀이를 하다 화가 나 암피다마스의 아들을 죽였고, 아버지 메노이티오스의 손에 이끌려 펠레우스의 집으로 왔다고 말합니다. 그곳에서 형제처럼 자랐으니 두 사람의 뼈도 따로 두지 말고 한 항아리에 모아달라고 부탁합니다. 아킬레우스가 손을 내밀자 혼령은 비명을 지르며 연기처럼 땅속으로 사라졌고, 그는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이다산에서 베어온 장작

날이 밝자 아가멤논은 노새와 사람들을 깨워 나무를 가져오게 하고, 이도메네우스의 부하 메리오네스에게 일을 맡깁니다. 사람들은 도끼와 밧줄을 챙겨 오르막과 내리막을 지나 샘 많은 이다산 등성이에 도착합니다. 우듬지까지 잎으로 뒤덮인 떡갈나무를 청동 도끼로 베어내자 나무들은 거대한 소리를 내며 쓰러집니다.

아카이아인들은 나무를 장작으로 쪼개 노새 등에 실어 바닷가로 옮깁니다. 그곳은 아킬레우스가 파트로클로스와 자신을 위한 무덤 자리로 정해둔 곳이었습니다. 아킬레우스는 뮈르미돈인들에게 무장을 갖추고 말들을 전차에 연결하라고 명합니다. 전사와 병거가 시신을 뒤따랐고, 사람들은 잘라낸 머리칼을 시신 위에 덮으며 장례 행렬을 이어갔습니다.

장례 제물과 열두 명의 트로이아 청년

장례를 맡은 이들은 남아 사방 백 보에 이르는 장작더미를 쌓고, 그 꼭대기에 파트로클로스의 시신을 올립니다. 살진 양과 소의 가죽을 벗긴 뒤 비계로 시신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감쌌으며, 꿀과 기름을 담은 두 항아리도 상여 곁에 기대어 둡니다. 이어 목덜미가 곧게 솟은 말 네 마리를 장작더미에 던져 넣습니다.

아킬레우스는 식탁 곁에서 기르던 개 아홉 마리 가운데 두 마리의 목을 베고, 트로이아의 기상 웅대한 청년 열두 명도 청동으로 죽여 불길 속에 던져 넣습니다. 한편 헥토르의 시신은 아프로디테가 개를 쫓고 장미 기름을 발라 지켰으며, 아폴론은 짙푸른 구름으로 가려 햇빛에 살갗이 마르지 않도록 보호했습니다.

두 바람에게 바친 기도

모든 준비를 마쳤는데도 장작더미에 불이 붙지 않자, 아킬레우스는 보레아스와 제퓌로스에게 기도하며 훌륭한 제물을 약속합니다. 이리스는 제퓌로스의 집에 모여 잔치하던 바람들에게 아킬레우스의 청을 전합니다. 자신은 오케아노스의 물줄기로 돌아가 아이티오피스인들이 신들에게 바치는 헤카톰베에 참석해야 한다며 자리에 앉지 않습니다.

두 바람은 구름을 몰고 거친 숨을 내쉬며 바다를 건너 트로이아에 이릅니다. 장작더미의 불길은 밤새 거세게 타올랐고, 아킬레우스는 황금 잔으로 포도주를 떠서 땅에 부으며 파트로클로스의 영혼을 부릅니다. 새신랑이 되자마자 죽은 아들의 뼈를 불태우며 통곡하는 아버지처럼, 그는 밤새 화장터 주위를 돌며 탄식했습니다.

유골을 거두는 아킬레우스 (헤이토비의 시선)

파트로클로스가 죽어서도 아킬레우스와 한 항아리에 뼈를 모아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에서 두 사람의 오랜 시간이 느껴졌습니다. 어린 시절 한집에서 자란 인연을 죽음 뒤에도 이어가고 싶었던 것입니다.

아킬레우스가 혼령을 붙잡으려고 두 손을 내밀지만, 파트로클로스는 연기처럼 땅속으로 사라집니다. 전장에서는 누구보다 강했던 아킬레우스도 떠나는 벗을 붙잡을 수는 없었습니다. 이 장면을 보고 나니 23권의 장례가 단순한 의식이 아니라, 남은 사람이 이별을 받아들이는 과정처럼 다가왔습니다.

23권 A를 덮으며

파트로클로스의 장례 불길은 꺼지고 유골도 거두었지만, 아킬레우스의 슬픔은 쉽게 가라앉지 않습니다. 그는 훗날 자신도 벗과 함께 묻힐 자리를 남겨둡니다. 이제 눈물로 치른 장례가 끝나고, 파트로클로스를 기억하기 위한 경기가 시작됩니다. 다음 B편에서는 가장 먼저 열린 전차 경주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참고자료: 호메로스,《일리아스》, 이준석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