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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

《일리아스》 22권 A, 아킬레우스의 추격과 헥토르의 죽음

by 헤이토비 2026. 9. 25.

파트로클로스를 잃은 아킬레우스의 분노가 마침내 헥토르를 향합니다. 트로이아인들이 모두 성안으로 피신한 가운데, 헥토르만 스카이아이 문 앞에 남아 신과 같은 아킬레우스를 기다립니다. 22권 A에서는 부모의 애원에도 물러서지 못한 헥토르와 세 바퀴에 걸친 추격, 두 영웅의 마지막 대결까지 살펴보겠습니다.

성벽 앞에 홀로 남은 헥토르

트로이아인들은 새끼 사슴처럼 도망쳐 성벽에 기대어 땀을 식히고 물을 마셨습니다. 아카이아인들이 방패를 어깨에 짊어진 채 성벽 가까이 다가오는 동안에도, 헥토르만은 일리오스 앞 스카이아이 문에 남았습니다. 파멸을 안기는 운명이 그를 그 자리에 붙들어 매었기 때문입니다.

한편 아폴론은 아킬레우스에게 자신이 죽음을 모르는 신이라는 사실을 밝힙니다. 아킬레우스가 그를 쫓는 동안 트로이아인들은 무사히 도시 안으로 피신했습니다. 속았다는 사실을 안 아킬레우스는 분노하지만 신을 죽일 수는 없었습니다. 그는 곧바로 방향을 돌려 헥토르가 기다리는 성벽으로 달려갑니다.

프리아모스의 절박한 애원

성벽 위에서 프리아모스가 가장 먼저 아킬레우스를 알아봅니다. 아킬레우스의 청동 갑옷은 오포라 무렵 떠오르는 별, 곧 ‘오리온의 개’라 불리는 불길한 별처럼 빛나고 있었습니다. 밤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지만 인간에게 뜨거운 열병을 가져오는 별처럼, 다가오는 아킬레우스도 트로이아에 재앙을 예고합니다.

프리아모스는 두 손으로 머리를 치며 헥토르에게 혼자 아킬레우스를 기다리지 말라고 애원합니다. 뤼카온과 폴뤼도로스가 트로이아인들 사이에서 보이지 않아 애태우던 그는, 두 아들이 살아서 포로로 잡혀 있다면 몸값을 치르고 데려올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헥토르까지 죽는다면 트로이아가 겪을 고통과 자신의 비참한 최후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성안으로 돌아오라고 호소합니다.

헤카베의 애원과 헥토르의 망설임

어머니 헤카베도 옷을 풀어헤치고 젖가슴을 드러낸 채, 자신이 내어 준 젖을 기억해서라도 성안으로 들어오라고 애원합니다. 그러나 헥토르는 부모의 절규에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헥토르는 폴뤼다마스의 충고를 따르지 않아 군대를 위험에 빠뜨린 일을 후회합니다. 성안으로 돌아가면 사람들이 자신을 비난할 것이라 생각한 그는, 헬레네와 파리스가 가져온 재물을 돌려주고 트로이아의 재산 절반을 내놓겠다고 협상할까도 고민합니다. 하지만 아킬레우스가 무장도 없는 자신을 죽일 것이라 생각해 마음을 접고 그 자리에 남습니다.

성을 세 바퀴 돈 추격전

아킬레우스가 다가오자 헥토르는 두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달아납니다. 매가 겁먹은 멧비둘기를 쫓듯 아킬레우스는 빠른 발로 그를 뒤쫓습니다. 두 사람은 망대와 무화과나무를 지나 스카만드로스강의 두 샘터에 이릅니다.

한쪽에서는 따뜻한 물이 흐르고, 다른 쪽에서는 한여름에도 얼음처럼 찬 물이 흘러내립니다. 평화로운 시절 트로이아 여인들이 옷을 빨던 이곳을 지나 두 사람은 성을 세 바퀴나 돕니다. 헥토르가 성문 가까이 다가갈 때마다 아킬레우스는 앞을 가로막아 벌판 쪽으로 몰아냅니다.

제우스의 황금 저울과 아테네의 계략

신들도 두 사람의 추격을 지켜봅니다. 제우스는 많은 제물을 바쳤던 헥토르를 가엾게 여기며 그를 구할지 묻지만, 아테네는 이미 죽음의 운명을 받은 인간이라며 반대합니다.

두 사람이 네 번째로 샘터에 이르자 제우스는 황금 저울에 두 영웅의 운명을 올립니다. 헥토르의 운명이 하데스를 향해 내려가자 아폴론도 그를 떠납니다. 아테네는 아킬레우스에게 헥토르를 싸움으로 이끌겠다고 말한 뒤, 그의 아우 데이포보스로 모습을 바꿉니다.
아테네는 자신이 함께 싸우겠다며 헥토르를 부추깁니다. 신의 속임수를 알지 못한 헥토르는 용기를 되찾고, 마침내 달리기를 멈춰 아킬레우스와 마주 섭니다.

헥토르의 죽음(헤이토비의 시선)

헥토르는 아킬레우스를 피해 성벽 주위를 세 바퀴나 달아났습니다. 트로이아에서 가장 용맹한 장수였지만, 죽음을 눈앞에 두고 두려워하는 모습은 오히려 인간적으로 느껴집니다. 그러나 아테네에게 속았고 신들마저 자신을 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에는 더 이상 달아나지 않습니다. 명예 없이 죽지는 않겠다며 칼을 뽑아 마지막 싸움에 나섭니다.

쓰러진 헥토르는 자신의 시신만이라도 부모에게 돌려달라고 애원하지만, 아킬레우스는 그 마지막 부탁마저 거절합니다. 헥토르는 목숨을 잃었고, 아킬레우스는 복수를 이루었지만 여전히 분노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헥토르의 죽음도 비극적이지만, 살아남은 사람의 마음이 점점 더 차갑게 굳어가는 모습이 더욱 서늘하게 다가옵니다.

22권 A를 덮으며

세 바퀴의 추격 끝에 헥토르는 아킬레우스의 창에 쓰러집니다. 하지만 아킬레우스의 분노는 헥토르의 죽음으로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다음 B편에서는 시신을 끌고 가는 아킬레우스와, 그 모습을 성벽 위에서 지켜보는 프리아모스·헤카베·안드로마케의 통곡이 이어집니다.

참고자료: 호메로스 《일리아스》, 이준석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