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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

《오뒷세이아》 2권 A, 이타카의 회의장에 선 텔레마코스

by 헤이토비 2026. 10. 3.

1권에서 아테네의 조언을 들은 텔레마코스가 2권에서는 날이 밝자마자 직접 움직입니다. 《오뒷세이아》의 1~4권은 텔레마코스가 주인공이라 흔히 '텔레마키아'라고 부릅니다. 2권은 오뒷세우스가 떠난 뒤로 한 번도 열린 적 없던 이타카의 회의장에서 시작합니다. 분량이 많아 A와 B 두 편으로 나누었고, 이번에는 그 회의장 장면을 담았습니다.

 

새벽의 회의장, 오랜만에 열린 모임

에오스(새벽)가 모습을 드러내자 텔레마코스는 침대에서 일어나 칼을 어깨에 둘러멘 뒤, 전령들에게 아카이아인들을 회의장으로 불러 모으라고 했습니다. 그는 청동 창을 쥐고 개 두 마리를 거느린 채 회의장으로 들어갔고, 아버지의 자리에 앉자 원로들이 길을 내주었습니다.

처음 입을 연 사람은 영웅 아이귑티오스였습니다. 그의 아들 안티포스는 일리오스로 갔다가 퀴클롭스에게 잡아먹혔고, 또 다른 아들 에우뤼노모스는 구혼자 무리에 섞여 있었습니다. 노인은 오뒷세우스가 떠난 뒤로 회의가 열린 적이 없다며, 누가 사람들을 불러 모았느냐고 물었습니다.

지휘봉을 쥔 아들의 호소

전령 페이세노르가 지휘봉을 건네자 텔레마코스는 먼저 노인에게 답했습니다. 사람들을 모은 사람은 자신이고, 군대가 돌아온다는 소식도 나랏일도 아니라 오롯이 자기 집의 곤경이라고 했습니다. 훌륭한 아버지를 잃은 데다 구혼자들이 어머니가 싫다는데도 괴롭히며 날마다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어머니의 친정아버지 이카리오스의 집에는 겁을 내며 가지 않는다고도 했습니다.

이어 이웃 앞에서 염치를 지키고 신들의 진노를 두려워하라며 제우스와 테미스의 이름으로 간청했고, 분에 겨워 울음을 터뜨리며 지휘봉을 땅바닥에 내던졌습니다. 그러자 연민이 모든 백성을 사로잡았습니다.

안티노오스의 반박, 낮에 짜고 밤에 푸는 베

모두가 잠자코 있는 가운데 안티노오스 혼자 맞받아쳤습니다. 잘못은 구혼자들이 아니라 간계에 훤한 텔레마코스의 어머니에게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궁전에 커다란 베틀을 세워 두고, 라에르테스의 수의를 다 짤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구혼자들에게 청했습니다. 그러고는 낮에는 천을 짜고 밤이면 횃불을 걸어 두고 도로 풀기를 되풀이하며 꼬박 삼 년을 속였습니다.

네 번째 해에 여인들 중 한 사람이 털어놓았고, 구혼자들은 옷감을 풀고 있던 그녀를 보았다고 했습니다. 안티노오스는 어머니를 친정으로 돌려보내라고 몰아붙였습니다.

텔레마코스의 거절, 독수리 한 쌍

텔레마코스는 자신을 낳고 길러 준 어머니를 집에서 내쫓을 수는 없다고 답했습니다. 어머니를 돌려보내면 이카리오스에게 많은 것을 되갚아야 하고, 어머니는 복수의 여신 에리뉘스들에게 기도하게 될 거라는 이유였습니다. 그러고는 구혼자들에게 궁전에서 나가라 하며, 그러지 않으면 영원히 사는 신들을 부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바로 그때 제우스가 독수리 한 쌍을 보내 주었습니다. 독수리들은 회의장 한가운데로 다가와 사람들의 머리 위를 맴돌았고, 사람들은 파멸을 예감했습니다. 이윽고 서로 발톱으로 뺨과 목을 할퀸 뒤 오른쪽으로 집들과 도시를 가로질러 날아갔습니다.

할리테르세스의 예언과 에우뤼마코스의 조롱

독수리의 뜻을 풀어낸 사람은 새점에 독보적이었던 노인 할리테르세스였습니다. 그는 오뒷세우스가 멀리 있지 않고 이미 가까운 곳에 와서 구혼자들에게 죽음과 살육의 씨앗을 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예전에 예언했던 대로, 동료를 모두 잃은 뒤 아무도 알아볼 수 없는 모습으로 스무 해째에 돌아오는 일이 지금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에우뤼마코스는 집에 가서 네 새끼들에게나 예언하라며 비웃었습니다.

텔레마코스는 빠른 배 한 척과 동료 스무 명을 청하며, 스파르타와 퓔로스로 가서 아버지의 귀향을 알아보겠다고 했습니다. 살아 계시다면 일 년을 더 견디고, 돌아가셨다면 무덤을 쌓고 어머니를 남자에게 내어드리겠다고 했습니다.

늙은 아버지의 한마디와 입을 열지 않은 백성들 (헤이토비의 시선)

회의장에서 첫마디를 꺼낸 사람은 등이 굽도록 늙은 아이귑티오스였습니다. 이 노인, 사정이 참 딱합니다. 아들 안티포스는 퀴클롭스에게 잡아먹혔고, 또 다른 아들 에우뤼노모스는 구혼자 무리에 섞여 있으니까요. 죽은 아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던 노인은, 회의를 소집한 사람이 누구든 그 바람이 잘 이루어지기를 빌어 줍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대목이지만 그 뒤가 쓸쓸합니다. 텔레마코스가 울음을 터뜨리며 지휘봉을 내던지자 백성들 마음에 연민이 번졌다고 하는데, 정작 입을 연 사람은 안티노오스 하나뿐이었습니다. 안쓰럽다고 느끼는 마음과 그 사람 편에서 말 한마디 거드는 일 사이에는, 생각보다 먼 거리가 있나 봅니다.

2권 A를 덮으며

오랜만에 열린 회의장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텔레마코스는 눈물까지 보이며 호소했지만 돌아온 건 안티노오스의 반박과 에우뤼마코스의 비웃음이었습니다. 혼자 맞서기에는 버거운 자리였겠지요. 그래도 그는 물러서지 않고 배 한 척과 동료 스무 명을 청했습니다. 이 요청이 어떻게 되는지는 2권 B에서 이어서 보겠습니다.

참고 자료: 호메로스,《오딧세이아》, 이준석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