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아스》 24권 B에서는 헤르메스의 안내로 아킬레우스의 막사에 도착한 프리아모스가 헥토르의 시신을 돌려받습니다. 원수와 마주 앉은 두 사람의 눈물부터 헥토르의 장례까지, 마지막 이야기를 정리합니다.

젊은 청년으로 나타난 헤르메스
프리아모스와 전령 이다이오스가 벌판에 이르자, 뒤따르던 아들들과 사위들은 일리오스로 돌아갑니다. 제우스는 노인을 가엾게 여겨 헤르메스에게 아킬레우스의 막사까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안내하라고 명합니다. 일로스의 무덤 곁에서 말과 노새에게 물을 먹일 무렵, 헤르메스는 갓 수염이 나기 시작한 왕가의 젊은이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헤르메스는 자신을 아킬레우스의 부하이자 폴뤼크토르의 아들이라고 소개합니다. 헥토르는 죽은 지 열두 번째 새벽을 맞았지만, 시신은 상하지 않았고 상처도 아물었다고 알려 줍니다. 프리아모스는 신들이 아들을 잊지 않았다는 말에 기뻐하며 귀한 잔을 건넵니다. 헤르메스는 아킬레우스 몰래 선물을 받을 수 없다며 사양하고, 노인을 호위하겠다고 합니다.
아킬레우스의 무릎을 붙잡다
헤르메스는 마차에 올라 말과 노새를 몰고, 진영에 이르러 경계병들을 잠들게 한 뒤 문을 열어 일행을 들입니다. 아킬레우스의 막사 울타리 문에 달린 거대한 빗장도 열어 줍니다. 아카이아인 세 명이 달려들어야 움직일 수 있지만, 아킬레우스는 혼자 여닫던 빗장입니다. 헤르메스는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아킬레우스의 무릎을 붙잡아 그의 부모와 자식의 이름으로 빌라고 당부한 뒤 떠납니다.
프리아모스는 막사 안으로 들어가 아킬레우스의 무릎을 붙잡고, 자신의 아들들을 죽인 손에 입 맞춥니다. 늙은 아버지 펠레우스를 떠올려 달라며 헥토르를 돌려달라고 호소합니다. 그 말에 아킬레우스도 아버지를 두고 울고 싶은 마음이 일어납니다. 프리아모스는 헥토르를 두고, 아킬레우스는 아버지와 파트로클로스를 두고 통곡합니다.
몸값을 받고 시신을 내주다
울음이 가라앉자 아킬레우스는 노인의 손을 잡아 일으킵니다. 아들들을 죽인 사람을 찾아온 용기에 감탄하며, 심장이 무쇠 같다고 말합니다. 이어 제우스의 집에 놓인 좋은 선물과 나쁜 선물의 두 항아리를 이야기합니다. 펠레우스도 많은 복을 받았지만 왕위를 이을 자식을 많이 두지 못했고, 외아들인 자신마저 오래 살지 못할 운명이라고 말합니다.
프리아모스가 헥토르를 먼저 내달라고 재촉하자, 아킬레우스는 화를 돋우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두 부하와 밖으로 나가 몸값을 내리고, 노인이 시신을 보고 분노하면 자신도 이성을 잃을까 염려해 하녀들에게 다른 곳에서 시신을 씻기고 기름을 바르게 합니다. 직접 시신을 상여에 올린 뒤, 파트로클로스에게 헥토르를 돌려준 일로 노여워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함께 나눈 식사와 장례를 위한 약속
아킬레우스는 헥토르가 상여에 누워 있으니 새벽에 데려갈 수 있다며 프리아모스에게 음식을 권합니다. 열두 자식을 잃은 니오베도 슬픔에 지친 뒤 먹을 것을 떠올렸다고 들려줍니다. 니오베의 자식들은 아흐레 동안 묻히지 못하다 열흘째 신들이 묻어 주었습니다. 두 사람은 숫양 고기로 식사하고, 프리아모스는 아킬레우스의 위엄 있는 모습에, 아킬레우스는 노인의 모습과 이야기에 감탄합니다.
프리아모스는 아흐레 동안 애곡하고, 열흘째 장례를 치르며, 열하루째 무덤을 쌓겠다고 말합니다. 열이틀째에는 필요하다면 다시 싸울 수 있다고 덧붙입니다. 아킬레우스는 그동안 전쟁을 막겠다고 약속하며 노인을 안심시키려 오른쪽 손목을 잡아 줍니다.
트로이아의 통곡과 헥토르의 장례
밤중에 헤르메스는 프리아모스를 깨워, 아가멤논과 다른 아카이아인들에게 들키면 몸값을 세 배나 치러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일행을 진영 밖으로 안내한 그는 크산토스 강가에서 떠납니다. 새벽에 캇산드라가 성채 위에서 아버지와 전령, 헥토르의 시신을 가장 먼저 알아보고 온 도시에 알립니다. 시신을 집에 들이자 안드로마케는 어린 아들과 도시의 앞날을 걱정하며 통곡합니다. 헤카베는 죽어서도 신들의 보살핌을 받은 헥토르를, 헬레네는 이십 년 동안 자신에게 모진 말을 하지 않은 그를 애도합니다.
백성들은 아흐레 동안 장작을 모아 열흘째 화장합니다. 이튿날 포도주로 불을 끄고 뼈를 수습해 황금 상자에 담아 부드러운 검붉은 천으로 감싸 묻습니다. 무덤을 쌓은 뒤에는 프리아모스의 집에서 장례 음식을 나눕니다.
두 사람의 눈물이 남긴 것 (헤이토비의 시선)
《일리아스》는 아킬레우스의 진노로 시작해 헥토르의 장례로 끝납니다. 프리아모스가 아들을 죽인 아킬레우스의 손에 입을 맞추는 장면이 오래 남았습니다. 아킬레우스는 그 노인을 보며 아버지 펠레우스를 떠올리고, 프리아모스는 헥토르를 생각합니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사람을 떠올리며 울고 있었지만, 그 슬픔만큼은 이상하리만큼 가까워 보였습니다.
아킬레우스의 분노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프리아모스를 일으켜 세우고 음식을 나누며, 헥토르의 장례를 치를 시간을 내줍니다. 전쟁은 계속되지만, 헥토르를 보내는 동안만큼은 두 사람이 무기를 내려놓았다는 점이 오래 남습니다.
24권을 덮으며
《일리아스》는 트로이아의 함락이나 아킬레우스의 죽음까지 가지 않고 헥토르의 장례에서 끝납니다. 마지막에 남는 것은 승리한 영웅이 아니라, 한 사람을 떠나보내며 함께 슬퍼하는 사람들입니다. 긴 이야기를 끝까지 함께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트로이아 전쟁 이후 오뒷세우스의 귀향을 그린 《오뒷세이아》로 찾아뵙겠습니다.
참고자료: 호메로스, 《일리아스》, 이준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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