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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

《일리아스》 23권 C, 나머지 경기들

by 헤이토비 2026. 9. 29.

전차 경주가 끝난 뒤에도 파트로클로스를 기리는 장례 경기는 계속되었습니다. 권투부터 투창까지 일곱 종목이 이어졌고, 마지막 경기에서는 아킬레우스가 아가멤논에게 특별한 예우를 보입니다.

 

권투 시합, 에페이오스의 완승

아킬레우스는 승자에게 노역을 잘 견디는 노새를, 패자에게 손잡이 둘 달린 잔을 상으로 내걸었습니다. 권투에 능한 파노페우스의 아들 에페이오스가 먼저 일어나 자신이 최고라며 노새를 가져갈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고, 탈라오스 왕의 손자인 에우뤼알로스가 도전에 나섰습니다. 디오메데스가 그의 편을 들어 허리띠와 가죽 끈을 매어주며 격려했습니다.

두 사람은 군사들이 모인 자리 한가운데서 주먹을 주고받았고, 턱이 부딪히는 소리가 무섭게 울렸습니다. 결국 에페이오스가 빈틈을 보인 에우뤼알로스의 턱을 정통으로 가격하자 그는 그 자리에서 무너졌습니다. 친구들은 피를 흘리며 고개를 떨군 그를 부축해 데려갔습니다.

맨몸 격투,  아이아스와 오뒷세우스의 무승부

세 번째 경기는 고통을 일으키는 맨몸 격투였습니다. 승자에게는 황소 열두 마리 값의 세발솥이, 패자에게는 황소 네 마리 값의 여인이 걸렸습니다. 텔라몬의 아들 아이아스와 허다한 계책에 밝은 오뒷세우스가 맞붙었고, 두 사람은 이름난 목수가 바람을 막아내려고 맞물려 놓은 서까래처럼 단단히 얽혔습니다.

아이아스가 오뒷세우스를 들어 올리자 오뒷세우스는 무릎으로 그의 오금을 걷어차 함께 쓰러뜨렸습니다. 이어 오뒷세우스도 아이아스를 들어 올리려 했지만 완강한 힘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다시 겨루려는 순간 아킬레우스가 나서 승리는 두 사람 모두의 것이니 똑같은 상품을 들고 가라고 말렸고, 두 사람도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달리기 시합, 오뒷세우스의 승리

일등상은 파트로클로스가 뤼카온의 몸값으로 받았던 은제 술동이, 이등상은 큼직한 황소, 삼등상은 황금 반 탈란톤이었습니다. 오일레우스의 아들 아이아스와 오뒷세우스, 안틸로코스가 출발선에 섰고, 아이아스가 먼저 치고 나갔지만 오뒷세우스가 바짝 뒤쫓았습니다.

오뒷세우스가 속으로 기도하자 아테네가 그의 사지를 가볍게 해주었고, 아이아스는 파트로클로스를 위해 잡은 황소들의 배설물에 미끄러져 입과 콧구멍이 소똥으로 가득 찼습니다. 오뒷세우스가 술동이를, 아이아스가 황소를 차지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들어온 안틸로코스는 신들이 연장자를 공경한다는 재치 있는 말로 웃음을 자아내며 황금 반 탈란톤을 더 받았습니다.

무장 결투와 무쇠 던지기, 폴뤼포이테스의 승리

파트로클로스가 사르페돈에게서 빼앗은 무장을 걸고, 상대의 살갗을 베어 먼저 피를 내는 사람에게 은못 박힌 칼을 주는 시합이 열렸습니다. 텔라몬의 아들 아이아스와 디오메데스가 세 차례나 돌진해 맞부딪혔고, 디오메데스가 아이아스의 목을 노리자 염려한 아카이아인들이 시합을 멈추게 했습니다. 두 사람은 무장을 나누어 가졌고 칼은 디오메데스가 받았습니다.

이어서 에에티온이 원반 삼아 던지던 무쇠 덩어리 던지기가 열렸습니다. 에페이오스가 던진 첫 기록은 웃음을 자아냈고, 레온테우스와 아이아스가 차례로 넘어섰습니다. 마지막으로 폴뤼포이테스가 소 치는 사람이 던진 막대기처럼 멀리 날려 모두를 넘어섰고, 동료들이 상품을 배로 옮겼습니다.

궁술 시합, 테우크로스와 메리오네스

아킬레우스는 배의 돛대에 가느다란 실로 겁먹은 멧비둘기를 묶어놓고, 새를 맞히는 사람에게 양날 도끼 열 개를, 실만 맞히는 사람에게 외날 도끼 열 개를 걸었습니다. 먼저 활을 쏜 테우크로스는 아폴론에게 헤카톰베를 서약하지 않은 탓에 새를 맞히지 못하고 실만 끊었습니다. 메리오네스는 재빨리 활을 넘겨받아 아폴론에게 맏배로 태어난 양들의 헤카톰베를 바치겠다고 서약했습니다.

메리오네스의 화살은 구름 아래를 선회하던 비둘기의 날개 밑을 관통한 뒤 그의 발 앞에 꽂혔습니다. 비둘기는 돛대에 내려앉아 목과 날개를 축 늘어뜨렸고, 곧 숨이 끊어져 돛대에서 떨어졌습니다. 메리오네스는 양날 도끼를, 테우크로스는 외날 도끼를 받았습니다.

투창 시합, 아가멤논에게 돌아간 상(헤이토비의 시선)

마지막 투창 시합은 경기가 열리기도 전에 승자가 정해졌습니다. 아킬레우스는 투창이라면 아가멤논을 따를 자가 없다는 걸 모두가 안다며 상품인 가마솥을 그대로 아가멤논에게 주자고 말합니다. 대신 청동 창은 메리오네스에게 건네자는 제안이었고, 아가멤논도 순순히 받아들여 가마솥을 전령 탈튀비오스에게 맡깁니다.

경기도 열리지 않은 채 상이 정해진 게 뜻밖이었습니다. 앞선 종목들은 상품과 순위로 옥신각신했는데, 여기서는 아킬레우스가 먼저 나서 아가멤논의 체면과 메리오네스의 몫을 한꺼번에 챙겨준 셈입니다. 승부보다 모두의 체면을 세워주는 아킬레우스의 배려가 느껴집니다.

23권을 덮으며

장례 경기의 모든 종목이 끝났지만 아킬레우스의 슬픔은 아직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그의 막사에는 헥토르의 시신이 남아 있습니다. 이제 24권에서 프리아모스가 아들의 시신을 되찾으러 찾아옵니다.

참고자료: 호메로스, 《일리아스》, 이준석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