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뒷세이아》는 트로이아 전쟁이 끝난 뒤 한 사람의 귀향을 따라가는 이야기이고, 모두 24권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첫 권에서는 정작 주인공 오뒷세우스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는 멀리 섬에 붙들려 있고, 이야기는 올륌포스의 신들과 이타카에 남은 아들 텔레마코스에게서 먼저 시작됩니다.

무사 여신에게 청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
시인은 무사 여신에게 "그 사람"을 말해 달라고 청하며 시작합니다. 그는 신성한 도시 트로이아를 무너뜨린 뒤 오래 떠돌았고, 수많은 도시와 사람들의 심성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다에서는 동료들의 목숨과 귀향을 지키려고 많은 고통을 겪었으나, 끝내 그들을 구하지 못했습니다.
동료들이 스스로 택한 잘못 때문이라고 시인은 말합니다. 헬리오스 휘페리온의 소들을 잡아먹은 탓에 신이 그들에게서 귀향의 날을 앗아 갔다는 것입니다. 시인은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시작해도 좋다며 제우스의 따님께 말씀해 달라고 청합니다. 주인공의 이름을 먼저 부르지 않고 "한 사람"으로 시작하는 서두가 인상적입니다.
칼륍소의 동굴에 붙들린 오뒷세우스
다른 영웅들은 전쟁과 바다에서 벗어나 집에 와 있었지만, 오뒷세우스만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아내와 떨어져 있었습니다. 요정 칼륍소가 그를 남편으로 삼으려고 우묵 파인 동굴 안에 붙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흘러 신들이 정한 귀향의 때가 되었으나, 포세이돈만은 그가 고향 땅에 닿기 전까지 쉬지 않고 노여워했습니다.
마침 포세이돈은 멀리 아이티옵스인들에게 가서 헤카톰베를 받으며 잔치를 즐기고 있었고, 다른 신들은 올륌포스의 제우스 궁전에 모여 있었습니다. 모든 신이 그를 가여워했다는 대목은 오뒷세우스의 귀향이 신들 사이에서도 갈라진 문제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제우스의 탄식, 아테네의 청
신들 앞에서 제우스는 아이기스토스를 떠올립니다. 아가멤논의 아들 오레스테스가 그를 죽인 일이었습니다. 제우스는 인간들이 몹쓸 일을 신들 탓으로 돌리지만 실은 스스로 자초한 잘못으로 고생한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아테네가 오뒷세우스를 두둔합니다. 그는 바다 한가운데 섬에서 식구들과 떨어져 오래 재앙을 겪고 있으며, 그곳의 여신은 아틀라스의 딸이라고 합니다.
제우스는 포세이돈이 퀴클롭스 폴뤼페모스의 눈을 멀게 한 일로 노여워하는 것이지 오뒷세우스를 죽이려는 것은 아니라고 답하며, 모두 함께 그의 귀향을 헤아려 보자고 합니다. 포세이돈도 혼자 모든 신의 뜻을 거스르지는 못할 거라고 덧붙입니다.
멘테스로 변한 아테네와 잔치판의 이타카
아테네는 헤르메스를 오귀기아 섬으로 보내 칼륍소에게 귀향 결정을 전하자고 제안하고, 자신은 이타카로 내려갑니다. 그녀는 타포스 사람들의 지도자 멘테스의 모습으로 청동 창을 쥐고 오뒷세우스의 집 대문 앞에 섭니다. 그곳에는 구혼자들이 황소 가죽을 깔고 앉아 공기 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손님을 본 사람은 텔레마코스였습니다. 그는 손님을 문가에 오래 세워 두는 것이 수치라 여겨 곧장 걸어가 오른손을 잡고 창을 받아 들었습니다. 이어 정교하게 만든 팔걸이의자에 모시고, 구혼자들의 소란에서 떨어진 자리를 골랐습니다. 환대의 예법이 또렷하게 그려지는 장면입니다.
텔레마코스의 하소연과 아테네의 조언
텔레마코스는 구혼자들이 대가도 치르지 않고 집안 살림을 집어삼킨다고, 아버지의 뼈가 어디서 폭풍우에 삭고 있을지 모른다고 털어놓습니다. 아테네는 그에게 두 가지를 권합니다. 먼저 회의장에 아카이아의 영웅들을 불러 구혼자들에게 흩어지라 선포하고, 그다음 스무 개의 노가 달린 배로 퓔로스의 네스토르와 스파르타의 메넬라오스를 찾아가 아버지의 소식을 물으라는 것입니다.
아버지가 살아 계시면 일 년을 더 견디고, 돌아가셨다면 무덤을 쌓아 주고 어머니를 재혼시키라고 합니다. 그러고는 새처럼 솟구쳐 사라졌고, 텔레마코스는 그가 신이었음을 직감합니다. 이후 텔레마코스는 노래를 멈춰 달라는 어머니에게 가수를 탓하지 말라고 말하고, 구혼자들에게는 날이 밝으면 회의장으로 나가 집에서 떠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하겠다고 선언합니다. 구혼자들은 그의 대담한 말에 놀랍니다.
손님을 맞고, 가수를 탓하지 않는 아들 (헤이토비의 시선)
1권에서 제가 먼저 오래 본 곳은 대문 앞이었습니다. 구혼자들 사이에 앉아 아버지를 그리던 텔레마코스가 낯선 손님을 가장 먼저 알아보고 곧장 걸어 나가 맞이합니다. 집이 거덜 나는 와중에도 손님 대접만큼은 놓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책을 덮고 나니 이게 누구 탓인가 하는 물음이 남았습니다.
서시는 동료들이 스스로 택한 잘못으로 파멸했다고 하고, 제우스도 인간들이 자초한 잘못으로 더한 고생을 한다고 탄식합니다. 하지만 텔레마코스는 적어도 노래하는 가수를 탓하지는 않습니다. 가수가 다나오스인들의 몹쓸 운명을 노래해도 분을 품어선 안 된다고 어머니께 말합니다. 손님을 먼저 챙긴 아들이 남을 탓하기보다 듣는 쪽을 택한 아들이기도 하다는 점이 오래 남습니다.
1권을 덮으며
아버지가 돌아오기를 바라던 텔레마코스가 구혼자들 앞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합니다. 아직 집안 사정은 그대로지만, 아테네를 만나기 전과는 조금 달라졌습니다. 그는 잠자리에 누워서도 아버지의 소식을 찾아 나설 길을 밤새 생각합니다. 다음 2권에서는 그가 회의장에서 어떤 말을 꺼내는지 따라가 보겠습니다.
참고자료: 호메로스,《오딧세이아》, 이준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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