퓔로스를 떠난 텔레마코스와 페이시스트라토스가 골짜기 많은 라케다이몬에 닿았을 때, 메넬라오스의 궁전은 마침 결혼 잔치로 떠들썩했습니다. 아버지의 소식을 찾아 먼 길을 온 젊은이는 그곳에서 낯선 주인 부부의 환대를 받고, 아버지의 이름 앞에서 결국 눈물을 감추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 닮은 얼굴을 먼저 입 밖에 낸 사람은 헬레네였습니다.

결혼 잔치가 열린 메넬라오스의 집
두 사람이 도착했을 때 메넬라오스는 친척들을 위해 아들과 딸의 결혼 잔치를 베풀고 있었습니다. 딸 헤르미오네는 트로이아에서 약속한 대로 아킬레우스의 아들에게 보내지는 참이었고, 아들 메가펜테스를 위해서는 스파르테에서 알렉토르의 딸을 데려오고 있었습니다. 메가펜테스는 여종에게서 늦둥이로 태어난 아들이었습니다.
대문가의 두 손님을 본 시종 에테오네우스는 말을 풀어 줄지, 다른 집으로 보낼지 메넬라오스에게 물었습니다. 메넬라오스는 몹시 노여워하며, 자신들도 남들의 대접을 받아 가며 여기까지 왔으니 어서 손님을 모시라고 일렀습니다.
재물을 가지고도 기쁨이 없는 왕
두 사람은 해나 달의 것 같은 광채가 서린 궁전을 보며 경탄했고, 몸을 씻은 뒤 메넬라오스 곁에 앉았습니다. 텔레마코스가 이 집이 제우스의 궁정 같다고 속삭이자, 메넬라오스는 인간 누구도 제우스와 겨룰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퀴프로스와 포이니키아, 아이귑토스, 리뷔아 등을 떠돌다 여덟 해째에 이 재물을 싣고 왔지만, 그사이 형이 아내의 흉계로 살해되어 기쁨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트로이아에서 죽은 이들을 생각하며 탄식하지만, 오뒷세우스를 떠올릴 때만큼은 아니어서 잠도 음식도 진저리가 난다고 털어놓았습니다.
헬레네가 알아본 오뒷세우스의 아들
메넬라오스가 오뒷세우스의 가족이 여전히 그를 두고 탄식하고 있을 거라고 말하자, 텔레마코스는 눈물을 떨구며 검붉은 외투로 두 눈을 가렸습니다. 메넬라오스가 먼저 물어볼지 망설이는 사이, 헬레네가 향기로운 방에서 걸어 나왔습니다. 시녀 퓔로가 가져온 은 바구니는 아이귑토스의 테베에 살던 폴뤼보스의 아내가 준 선물이었고, 폴뤼보스는 메넬라오스에게 황금 열 탈란톤도 주었습니다.
자리에 앉은 헬레네는 이 젊은이만큼 오뒷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를 닮은 사람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메넬라오스도 발과 손, 눈매와 머리카락이 그와 같다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페이시스트라토스가 이 사람이 오뒷세우스의 아들이 맞다고 밝히고, 네스토르가 자신을 길잡이로 보냈다고 전했습니다.
함께 운 사람들과 근심을 잊게 하는 약초
메넬라오스는 오뒷세우스가 돌아왔다면 아르고스에 도시 하나를 내주고 가까이 살았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에 헬레네와 텔레마코스, 메넬라오스가 모두 오열했고, 페이시스트라토스도 죽은 형 안틸로코스를 떠올렸습니다.
저녁 식사가 시작되자 헬레네는 그들이 마실 포도주에 약초를 넣었습니다. 이 술을 삼킨 사람은 그날 하루 동안 부모가 죽거나 형제와 자식이 눈앞에서 쓰러져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습니다. 약초는 아이귑토스 사람인 토온의 아내 폴뤼담나에게서 받은 것이었고, 그 땅 사람들은 모두 파이에온의 혈통이라 뛰어난 의사들이었습니다.
거지로 숨어든 오뒷세우스와 목마 이야기
헬레네는 오뒷세우스가 스스로를 매질에 내맡긴 뒤 거지 모습으로 트로이아에 숨어들었던 일을 들려주었습니다. 오직 헬레네만 그를 알아보았고, 그는 아카이아인들의 계획을 털어놓은 뒤 많은 트로이아인을 죽이고 돌아갔습니다.
메넬라오스는 목마 이야기를 이었습니다. 헬레네가 목마 둘레를 돌며 장수들의 아내 목소리를 흉내 냈을 때, 대답하려던 안티클로스의 턱을 오뒷세우스가 두 손으로 눌러 모두를 구했다는 것입니다. 이튿날 아침 텔레마코스는 구혼자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아버지의 소식을 숨김없이 들려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눈물을 멈추게 하는 술잔 (헤이토비의 시선)
저녁상 앞에서 네 사람이 함께 울던 장면이 자꾸 눈에 밟힙니다. 헬레네와 텔레마코스, 메넬라오스는 오뒷세우스를 두고 울었고, 페이시스트라토스는 죽은 형 안틸로코스를 떠올렸으니까요.
메넬라오스는 눈물은 접어 두고 저녁을 들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헬레네는 말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하루 동안은 부모를 잃어도 눈물이 나지 않게 하는 약초를, 모두가 마실 포도주에 넣었지요.
처음엔 참 고마운 약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슬픈 날 한 잔이면 될 테니까요. 그런데 그 술을 마신 텔레마코스를 떠올리니 조금 쓸쓸해졌습니다. 아버지를 그리워하던 마음까지 하룻밤 접어 두어야 했던 셈이니까요. 페이시스트라토스는 죽은 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건 머리칼을 자르고 눈물을 흘리는 것뿐이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눈물을 지워 주는 약은 위로일까요, 아니면 그 마지막 예의마저 잠시 거두어 가는 걸까요.
자주 묻는 질문
Q. 헬레네의 약초 이야기에 나오는 파이에온은 누구인가요?
주석에 따르면 파이에온은 신들을 치료하는 신으로 알려져 있으며, 때로 아폴론과 같은 신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Q. 메넬라오스가 받은 황금 열 탈란톤은 얼마나 되는 양인가요?
주석에 따르면 탈란톤은 무게의 단위입니다. 상당한 양이라는 것만 짐작할 뿐, 정확한 무게는 알 수 없습니다.
4권 A를 덮으며
메넬라오스의 궁전은 화려했지만, 그 안의 사람들은 저마다 잃은 사람을 품고 있었습니다. 텔레마코스는 이곳에서 아버지가 트로이아에서 어떤 사람이었는지 두 사람의 기억을 통해 들었습니다. 메넬라오스가 바다 노인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B편에서 이어집니다.
참고 자료: 호메로스,《오뒷세이아》, 이준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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