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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

《오뒷세이아》3권 줄거리, 네스토르를 찾아간 텔레마코스

by 헤이토비 2026. 10. 6.

해가 떠오를 무렵, 텔레마코스의 배가 넬레우스의 도시 퓔로스에 닿았습니다. 바닷가에서는 사람들이 새카만 황소를 잡아 포세이돈에게 제물을 바치고 있었습니다. 아버지 오뒷세우스의 소식을 찾아 바다를 건넌 젊은이가, 세 세대를 다스렸다는 노장 네스토르 앞에 서게 된 것입니다.

 

퓔로스 해변의 제사와 황금 잔

텔레마코스와 아테네가 퓔로스에 닿았을 때, 바닷가에는 아홉 줄의 자리에 줄마다 오백 명씩 앉아 포세이돈에게 황소를 제물로 바치고 있었습니다. 멘토르의 모습을 한 아테네는 수줍어할 필요가 없다며 곧장 네스토르에게 가서 물어보라고 했습니다. 텔레마코스는 젊은 사람이 나이 지긋한 분에게 묻기가 부끄럽다고 털어놓았지만, 아테네는 신이 조언해줄 것이라며 앞장섰습니다.


네스토르의 아들 페이시스트라토스가 가장 먼저 다가와 두 사람을 아버지 곁에 앉히고, 황금 잔에 포도주를 따라 아테네에게 먼저 건넸습니다. 아테네는 이 젊은이의 도리에 흐뭇해하며 포세이돈에게 기도를 올렸습니다.

텔레마코스가 밝힌 퓔로스 방문의 이유

아테네는 네스토르와 아들들에게 영예를, 퓔로스 사람들에게는 헤카톰베에 대한 자애로운 응답을 내려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그 기도를 스스로 이루기 시작했습니다. 잔치가 끝나자 네스토르는 손님들이 어디서 왔는지 물었습니다. 텔레마코스는 용기를 내어 이타카에서 왔으며, 공무가 아니라 개인적인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트로이아에서 싸운 다른 이들은 어디서 죽었는지 다 알려졌는데, 아버지 오뒷세우스만은 크로노스의 아드님이 그 파멸조차 알려지지 않게 했다고 말했습니다. 육지에서 쓰러졌는지 바다에서 암피트리테의 파도에 휩쓸렸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는 에둘러 말하지 말고 본 그대로 알려 달라고 청했습니다.

네스토르가 들려준 트로이아 이후의 귀향길

네스토르는 아이아스, 아킬레우스, 파트로클로스, 그리고 자신의 친아들 안틸로코스까지 트로이아에 누운 이들을 떠올렸습니다. 그는 회의장에서도 오뒷세우스와 입장이 갈린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했습니다. 프리아모스의 도시를 무너뜨린 뒤, 아테네의 노여움으로 아트레우스의 두 아들이 다투게 되었습니다. 메넬라오스는 곧장 떠나자고 했고, 아가멤논은 남아서 헤카톰베로 여신을 달래자고 했습니다. 군대는 반으로 갈렸고, 떠난 쪽도 테네도스에서 다시 다투어 오뒷세우스 무리는 아가멤논에게로 배를 돌렸습니다.

네스토르는 디오메데스와 함께 먼저 떠나 퓔로스로 돌아왔기에 누가 살아남았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다만 네오프톨레모스와 필로크테테스, 이도메네우스가 무사히 돌아왔다는 소식은 전해 들었다고 했습니다.

아가멤논의 죽음과 메넬라오스의 떠돎

네스토르는 아테네가 오뒷세우스를 아꼈듯 텔레마코스를 아껴 준다면 구혼자들이 결혼을 깨끗이 잊을 것이라고 했지만, 텔레마코스는 그런 일은 바랄 수조차 없다고 했습니다. 아테네는 신은 원하기만 하면 멀리 있는 사람도 쉽게 구해낼 수 있다고 나무랐습니다.

 

이어 텔레마코스가 아가멤논의 죽음을 묻자 네스토르가 이야기했습니다. 아이기스토스는 클뤼타임네스트라를 말로 꾀었습니다.
메넬라오스는 말레아곶에서 폭풍을 만나 아이귑토스까지 밀려갔고, 그사이 아이기스토스는 칠 년 동안 뮈케네를 다스렸습니다. 팔 년째에 오레스테스가 돌아와 그를 죽였고, 메넬라오스가 돌아온 것은 바로 그 장례 잔치 날이었습니다.

독수리로 떠난 아테네와 스파르타로 가는 길

네스토르는 집을 너무 오래 비우지 말라고 당부하면서도, 막 타지에서 돌아온 메넬라오스에게 가 보라고 재촉했습니다. 전차와 말, 길잡이가 될 아들들을 내어 라케다이몬까지 보내 주겠다고 했습니다. 해가 지자 아테네는 텔레마코스를 맡기고 독수리의 모습으로 떠났습니다. 네스토르는 그가 제우스의 따님 트리토게네이아였음을 알아보고, 뿔을 황금으로 덮은 송아지를 바치겠다고 기도했습니다.


이튿날 그는 금세공사 라에르케스에게 소뿔을 금으로 감싸게 하고 제사를 올렸습니다. 텔레마코스는 페이시스트라토스와 함께 전차에 올라 페라이의 디오클레스 집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길을 이어 갔습니다.

몰라서 건넨 잔, 몰라서 내려놓은 희망 (헤이토비의 시선)

퓔로스 해변에서 페이시스트라토스는 두 손님 가운데 나이가 더 많은 쪽에 황금 잔을 먼저 내밉니다. 신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인간은 아무도 없으니 먼저 포세이돈께 기도하라고 합니다. 그 손님은 아테네였어요. 여신인 줄 모르고 여신에게 기도를 권한 셈입니다. 그런데 아테네는 자신이 누구인지 몰라도 나이 많은 손남에게 예를 갖춘 그를 흐뭇하게 바라봅니다. 커다란 제물보다, 순서를 지켜 준 작은 예의가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같은 날, 텔레마코스는 정반대의 말을 합니다. 신은 원하면 멀리 있는 사람도 구한다는 말을 바로 옆에서 듣고도, 아버지의 귀향은 더 이상 현실일 수 없다며 이 이야기는 그만하자고 하지요. 그 말을 건넨 이가 여신이었는데 말입니다.


한 사람은 상대가 누군지 몰라도 예를 다했고, 한 사람은 신이 곁에 있어도 희망을 믿기 어려워했습니다. 나는 모르는 사람에게 예를 다할 수 있을까요. 오래 기다린 일에도 다시 희망을 품을 수 있을까요.

자주 묻는 질문

Q. 네스토르가 부른 '트리토게네이아'는 누구인가요?
A. 아테네 여신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주석에 따르면 '트리톤에서 태어났다'는 뜻인데, 정작 트리톤이 무엇인지는 분명하지 않아 강이나 샘물의 이름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Q 텔레마코스가 말한 '암피트리테의 파도'에서 암피트리테는 누구인가요?
A. 바다의 여신입니다. 주석에 따르면 후대의 기록들에는 포세이돈의 아내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퓔로스를 떠나며

퓔로스에서 텔레마코스는 아버지의 행방을 끝내 듣지 못했습니다. 대신 트로이아 이후 아카이아인들이 어떻게 흩어졌는지, 그리고 아버지의 원수를 갚은 오레스테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제 그는 네스토르의 아들과 나란히 전차를 타고, 메넬라오스를 만나러 길을 떠납니다.

참고 자료: 호메로스,《오뒷세이아》, 이준석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