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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

《오뒷세이아》 4권 B, 바다 노인 프로테우스와 구혼자들의 매복

by 헤이토비 2026. 10. 8.

아버지의 소식을 묻는 텔레마코스 앞에서 메넬라오스는 오래 묻어 둔 이야기를 꺼냅니다. 아이귑토스 앞바다의 작은 섬에 갇혀 있던 시절, 변신에 능한 바다 노인 프로테우스를 붙잡아 들은 소식이었습니다. 그사이 이타카에서는 텔레마코스가 떠난 사실을 알게 된 구혼자들이 그를 노릴 배를 띄우고 있었습니다.

 

바람이 멎은 파로스섬

텔레마코스의 이야기를 들은 메넬라오스는 몹시 노여워했습니다. 그는 구혼자들을 사자의 덤불에 새끼를 뉘어 두고 간 사슴에 빗대며, 오뒷세우스가 돌아와 그들에게 수치스러운 운명을 가져다줄 거라고 했습니다.


그러고는 지난 일을 꺼냈습니다. 신들께 온전한 헤카톰베를 바치지 않은 탓에, 그는 아이귑토스 앞바다의 파로스섬에 스무 날 동안 묶여 있었습니다. 바람이 한 점도 일지 않았고, 굶주린 동료들은 섬을 돌며 낚시를 했습니다. 그때 홀로 헤매던 메넬라오스에게 프로테우스의 딸 에이도테에가 다가왔습니다.

 

2. 물범 가죽을 쓰고 붙잡은 프로테우스

에이도테에는 바다의 깊이를 모조리 아는 죽지 않는 신 프로테우스를 붙잡으면 집으로 가는 길을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노인은 한낮에 물범들의 숫자를 헤아린 뒤 그 가운데 누우니, 온갖 짐승과 물, 불로 변해도 놓치지 말라고 일렀습니다.


메넬라오스는 가장 미더운 동료 셋을 데려갔고, 에이도테에는 모래 구덩이에 누운 그들에게 갓 벗겨 낸 물범 가죽을 덮어 주었습니다. 지독한 냄새는 그녀가 코밑에 놓아 준 암브로시아로 견뎠습니다. 한낮에 나온 노인이 그들까지 세고 눕자, 일행은 그를 붙들었습니다. 노인은 사자와 뱀, 표범, 멧돼지, 물과 나무로 변했지만 끝내 빠져나가지 못했습니다.

 

3. 아이아스와 아가멤논, 그리고 오뒷세우스의 소식

노인은 아이귑토스로 다시 가서 헤카톰베를 바쳐야 귀향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귀향길에 죽은 장수가 둘이고, 바다 어딘가에 갇혀 살아 있는 사람이 하나라고 했습니다.


아이아스는 귀라이 바위에 닿아 살아났지만, 신들의 뜻을 거스르고 빠져나왔다고 큰소리치다 바다에 빠져 죽었습니다. 아가멤논은 헤라 덕분에 바다에서 살아남았지만, 폭풍에 실려 아이기스토스가 사는 땅에 닿은 뒤 살해되었습니다. 오뒷세우스는 칼륍소의 섬에 붙들려 있었습니다.

 

메넬라오스는 제우스의 사위이기에 죽지 않고 엘뤼시온 들판으로 가게 된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그는 헤카톰베를 바치고 아가멤논의 무덤을 쌓은 뒤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4. 말 대신 받은 은 술동이와 이타카의 소식

메넬라오스는 열하루나 열이틀 더 머물면 말 세 필과 전차를 주겠다고 했지만, 텔레마코스는 퓔로스의 동료들이 기다린다며 사양했습니다. 말도 이타카에는 너른 주로도 초원도 없다며 받지 않았습니다. 메넬라오스는 미소를 짓고, 대신 헤파이스토스가 만든 은 술동이를 주겠다고 했습니다.


한편 이타카에서는 노에몬이 텔레마코스가 몰고 간 자기 배는 언제 돌아오느냐고 물었습니다. 그제야 텔레마코스가 떠난 것을 안 구혼자들은 충격을 받았고, 안티노오스는 배 한 척과 스무 명을 데리고 이타카와 사모스 사이 해협에 잠복하겠다고 했습니다.

 

5. 페넬로페의 기도와 꿈속의 허깨비

이 계획은 전령 메돈을 통해 페넬로페에게 전해졌습니다. 그녀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문지방에 주저앉아, 아무도 자신을 깨우지 않았다고 한탄했습니다. 유모 에우뤼클레이아는 자신이 포도주를 내주었고 열하루나 열이틀째까지 알리지 않겠다고 맹세했다고 털어놓으며, 아테네에게 기도하라고 권했습니다.


페넬로페가 기도한 뒤 잠들자, 아테네는 언니 이프티메의 모습을 한 허깨비를 보내 아테네가 아들과 함께 있으니 두려워하지 말라고 전했습니다. 그사이 구혼자들은 바위섬 아스테리스에서 텔레마코스를 기다렸습니다.

 

6. 염소 먹이는 섬이 더 사랑스러운 이유 (헤이토비의 시선)

메넬라오스가 말 세 필을 주겠다고 했을 때, 텔레마코스는 정중하게 사양합니다. 이타카는 너른 들판도, 말을 달릴 길도 없는 섬이라서요. 그런데 그다음 말이 참 좋았습니다. 염소나 먹이는 곳이지만, 말 먹이는 땅보다 훨씬 더 사랑스럽다고. 남의 넓은 땅을 부러워할 법도 한데, 이 젊은이는 자기 섬의 좁고 거친 모습을 숨기지 않습니다. 고향 자랑이 이렇게 소박할 수도 있구나 싶어 혼자 웃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랑스러운 섬에서는 안티노오스가 배 한 척과 스무 명을 모으고 있었습니다. 텔레마코스가 돌아올 바닷길 위에서 그를 기다리기 위해서요. 그가 그 사실을 알았더라도, 이타카를 사랑스럽다고 말했을까요. 아마 그랬을 것 같습니다. 고향은 위험하다고 덜 사랑하게 되는 곳이 아니니까요. 그렇다면 우리를 끝내 돌아가게 만드는 그곳의 힘은, 대체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자주 묻는 질문

Q. 프로테우스가 말한 라다만튀스는 누구인가요?
주석에 따르면 라다만튀스는 제우스와 에우로페의 자식입니다. 죽지 않고 엘뤼시온으로 가서 그곳을 다스렸다는 전승도 있고, 저승에서 망자들을 심판했다는 전승도 있습니다.


Q. 프로테우스가 말한 오케아노스는 무엇인가요?
주석에 따르면 오케아노스는 인간 세계를 둥글게 감싸며 마치 강물처럼 흐르는 큰 바다로, 저승과 맞닿아 있습니다.

4권을 덮으며

메넬라오스의 긴 이야기 끝에 텔레마코스는 아버지가 칼륍소의 섬에 살아 있다는 소식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돌아갈 바닷길에는 이미 구혼자들의 배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4권은 이렇게 반가운 소식과 위험한 매복을 함께 남긴 채 끝납니다.

참고 자료: 호메로스,《오뒷세이아》, 이준석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