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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

《오뒷세이아》 5권 A, 불사를 뿌리치고 고향을 고른 오뒷세우스

by 헤이토비 2026. 10. 10.

아들 텔레마코스가 아버지를 찾아 떠나 있는 동안, 오뒷세우스는 여전히 요정 칼륍소의 섬에 붙들려 있었습니다. 마침내 신들이 그의 귀향을 정하자, 헤르메스가 바다를 건너 칼륍소에게 제우스의 뜻을 전합니다. 칼륍소는 마지막으로 죽지 않는 삶을 내밀지만, 오뒷세우스의 마음은 이미 고향에 가 있었습니다.


신들의 회의와 제우스의 결정

새벽이 밝자 신들이 회의에 모였습니다. 아테네는 오뒷세우스가 칼륍소에게 억지로 붙들려 있고, 구혼자들은 텔레마코스를 죽이려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제우스는 오뒷세우스가 돌아와 구혼자들에게 값을 치르게 하자는 건 아테네가 고안한 계획이 아니냐며, 텔레마코스의 길은 그녀가 이끌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헤르메스에게 결정을 전하라고 했습니다. 오뒷세우스는 홀로 뗏목을 타고 떠나 스무 날째에 파이아케스 사람들의 땅 스케리아에 닿고, 그들이 많은 선물과 함께 그를 고향으로 보내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헤르메스가 본 칼륍소의 섬

헤르메스는 황금 신발을 신고 갈매기처럼 파도 위를 날아 섬에 닿았습니다. 화로에서는 삼나무와 측백나무 타는 향이 섬 멀리까지 퍼지고, 동굴 안쪽에서는 칼륍소가 노래하며 황금 북으로 베를 짜고 있었습니다. 숲과 포도나무, 네 개의 샘이 어우러진 그곳을 헤르메스도 서서 경이롭게 바라보았습니다.


오뒷세우스는 그 자리에 없었습니다. 늘 그렇듯 바닷가에 앉아 울고 있었습니다. 칼륍소의 대접을 받은 헤르메스는 트로이아에서 돌아오던 이들 가운데 가장 불운한 사람이 여기 있으니, 그를 빨리 떠나보내라는 것이 제우스의 명령이라고 전했습니다.

 

칼륍소의 항변

칼륍소는 몸서리를 쳤습니다. 신들은 여신이 인간 남자를 사랑하면 시샘한다며, 에오스가 오리온을 택했을 때도, 데메테르가 이아시온과 사랑을 나눴을 때도 그랬다고 했습니다.


자신은 배가 부서진 뒤 홀로 용골에 올라타 있던 그를 구해 사랑했고, 불사와 불로도 주겠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제우스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으니 그를 떠나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배는 없어도 무사히 돌아갈 방법은 알려 주겠다고 했습니다.

 

칼륍소의 맹세

칼륍소가 찾아갔을 때도 오뒷세우스의 두 눈에는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습니다. 귀향을 그리는 눈물에 그의 삶이 흘러가고 있었고, 밤에는 원치 않으면서도 동굴에서 그녀 곁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칼륍소가 뗏목을 만들면 빵과 물, 포도주를 싣고 순풍을 보내 주겠다고 하자, 오뒷세우스는 오히려 그녀를 의심했습니다. 다른 재앙을 꾸미지 않겠다고 맹세하지 않으면 뗏목에 오르지 않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칼륍소는 미소를 지으며 그를 다독이고, 하늘과 땅, 스튁스 강물을 걸고 맹세했습니다.

 

스무 그루의 나무로 만든 뗏목

저녁 식사 자리에서 칼륍소는 여기 남으면 죽지 않는 몸이 될 텐데, 자신이 페넬로페보다 못하지 않다며 다시 붙잡았습니다. 그러나 오뒷세우스는 날마다 귀향의 날을 그리고 있다며, 신이 바다에서 또 산산조각 낸다 해도 견디겠다고 답했습니다.


다음 날 칼륍소는 청동 도끼와 자귀를 주고 마른 나무가 있는 곳을 알려 주었습니다. 오뒷세우스는 나무 스무 그루를 베어 나흘 만에 돛과 키를 갖춘 뗏목을 완성했고, 닷새째 칼륍소는 그를 씻기고 옷과 양식을 실어 따뜻한 순풍과 함께 떠나보냈습니다.

 

죽지 않는 삶보다 돌아갈 집 (헤이토비의 시선)

5권을 읽으며 자꾸 눈길이 간 건 칼륍소의 섬 풍경이었습니다. 삼나무와 측백나무 향이 섬 멀리까지 퍼지고, 포도송이를 그득 단 포도나무와 제비꽃이 핀 풀밭이 있는 곳. 헤르메스조차 서서 경이롭게 바라본 곳입니다. 그런데 정작 그곳에 사는 사람은 바닷가 바위에 앉아 울고 있었습니다.


책의 해설 상자에는 칼륍소가 오뒷세우스가 만난 존재들 가운데 그에게 아무 해도 끼치지 않은 유일한 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녀는 그를 아끼고 곁에 두고 싶었을 뿐이었습니다. 늙지도 죽지도 않는 삶까지 내밀었지요. 그래도 오뒷세우스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 대답도 마음에 남았습니다. 그는 페넬로페가 여신보다 아름답다고 둘러대지 않습니다. 생김새로는 미치지 못하고 언젠가 죽을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면서도, 그녀에게 돌아가겠다고 합니다.


이 장면을 읽다가 일본 교토에 혼자 여행 갔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교토역 바로 앞에 교통이 훨씬 편한 숙소가 있었는데도, 저는 가끔 묵던 호텔을 다시 잡았습니다.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 오가기는 불편했지만 그 숙소가 익숙했기 때문입니다. 더 좋은 조건을 몰라서가 아니라, 알면서도 마음이 편한 쪽을 고른 것이었지요. 지금도 여행지 숙소를 고를 때면 저는 여전히 그렇게 고릅니다. 물론 숙소 하나 고르는 일을 불사를 뿌리친 결정에 견줄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오뒷세우스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그는 더 나은 곳을 버린 게 아니라, 자기 자리를 고른 것이었습니다.


끝이 없는 날들이었다면 집으로 가는 하루하루가 이토록 간절했을까요. 사람이 끝내 돌아가고 싶은 곳은 가장 좋은 곳이 아니라, 끝이 있기에 소중해지는 자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칼륍소가 헤르메스에게 차려 준 암브로시아와 넥타르는 무엇인가요?
주석에 따르면 암브로시아는 신들의 먹거리로 '불멸'이라는 뜻이고, 넥타르는 신들의 음료입니다.


Q. 칼륍소는 왜 스튁스 강물을 걸고 맹세했나요?
칼륍소는 맹세하면서 스튁스야말로 복받은 신들에게 가장 크고 두려운 맹세의 대상이라고 말합니다.

 

5권 A를 덮으며

오뒷세우스는 불사의 제안을 뒤로하고 손수 만든 뗏목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바다에는 아직 그를 미워하는 신이 남아 있습니다. 순풍이 언제까지 그의 편일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참고 자료: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이준석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