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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

《일리아스》 2권, 거짓 꿈이 부른 혼란

by 헤이토비 2026. 8. 29.

《일리아스》 2권은 거짓 꿈 하나가 거대한 군대를 어떻게 흔들 수 있는지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1권에서 아킬레우스가 전투를 거부한 뒤, 제우스는 테티스와의 약속대로 아킬레우스의 명예를 높일 방도를 마련합니다. 화려한 전투 대신, 잠든 아가멤논의 머리맡에 내려앉은 꿈 하나가 2권의 커다란 혼란을 불러옵니다.



제우스가 보낸 거짓 꿈


제우스는 아킬레우스를 명예롭게 하기 위해, 그가 없는 그리스군이 얼마나 위태로워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려 합니다. 그는 아가멤논을 잘못된 판단으로 이끌 거짓 꿈을 보내기로 결심합니다. 꿈은 아가멤논이 가장 신뢰하는 원로 네스토르의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 트로이아를 함락할 수 있다며 병사들을 무장시키라고 재촉합니다. 헤라의 뜻으로 신들이 모두 한마음이 되었다는 말까지 덧붙입니다. 잠에서 깬 아가멤논은 그 말을 철석같이 믿습니다. 그는 옷을 갖춰 입고 조상에게서 내려온 홀을 든 뒤, 곧바로 원로들을 불러 꿈 이야기를 전합니다.


병사들의 소동


아가멤논은 원로 회의에서 병사들의 마음을 시험해 보겠다고 합니다. 그러고는 군사들 앞에서 오히려 “고향으로 돌아가자”고 말합니다. 아홉 해나 트로이아 땅에 머물렀으니, 이제는 배를 타고 귀향하자는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병사들은 이것을 시험으로 알아듣지 못합니다. 오랜 전쟁에 지친 그들은 진심으로 환호하며 배가 있는 해변으로 달려갑니다. 흙먼지가 피어오르고, 병사들은 서로 외치며 배를 바다로 끌어내기 시작합니다. 이대로라면 트로이아를 함락하기도 전에 그리스군의 귀향이 실제가 될 뻔했습니다. 이를 지켜본 헤라는 아테네를 보내고, 아테네의 도움을 받은 오뒷세우스가 병사들을 다시 회의장으로 돌려세웁니다.


테르시테스의 독설


회의가 다시 열리자, 테르시테스가 아가멤논을 공개적으로 비난합니다. 그는 못생기고 말이 거친 인물로 묘사되지만, 그의 말에는 아가멤논을 향한 병사들의 불만도 담겨 있습니다. 테르시테스는 아가멤논의 막사가 청동과 여인들로 가득한데 무엇이 더 부족하냐고 쏘아붙입니다. 도시를 함락할 때마다 전리품을 먼저 가져가면서도, 아킬레우스의 명예의 몫인 브리세이스까지 빼앗았다고 비판합니다.

그러자 오뒷세우스가 나서서 그를 매섭게 꾸짖습니다. 왕들과 맞서려 하지 말라고 경고한 뒤, 아가멤논에게서 받은 홀로 그의 등을 내리칩니다. 테르시테스는 눈물을 흘리며 주저앉고, 병사들은 괴로움을 느끼면서도 그 모습을 보고 웃으며 오뒷세우스를 칭찬합니다.


뱀의 징조와 함선 목록


병사들을 진정시킨 오뒷세우스는 출정 전 아울리스에서 벌어진 징조를 떠올립니다. 제단 곁 나무에 있던 뱀이 참새 새끼 여덟 마리와 어미 새 한 마리까지, 모두 아홉 마리를 잡아먹었던 사건입니다. 예언자 칼카스는 이를 두고 그리스군이 아홉 해 동안 전쟁을 치르고, 열 번째 해에 트로이아를 함락할 것이라는 징조라고 풀이합니다.

뱀은 새들을 삼킨 뒤 돌로 변했고, 그 기이한 광경은 신의 뜻을 알리는 표지로 받아들여집니다. 이 이야기는 병사들에게 조금만 더 견디라는 메시지가 됩니다. 이어서 각 지역에서 모여든 그리스군 지휘관들과 함선의 수를 나열하는, 이른바 ‘함선 목록’이 길게 이어집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이름들


낯선 지명과 인명이 쏟아지는 함선 목록은 혼자 읽었다면 그저 훑고 지나갔을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스터디에서는 각자 미리 공부해 온 대목을 나누어 맡고, 서로 설명해 주는 방식으로 읽어나갔습니다. 어떤 회원은 지도를 찾아와 각 지역의 위치를 짚어주었고, 발음이 낯선 지명은 함께 몇 번씩 소리 내어 읽어보았습니다.

누군가 헷갈리는 부분이 있으면 다른 회원이 대신 설명해 주기도 했습니다. 혼자였다면 엄두가 나지 않았을 방대한 목록도 함께 읽으니 조금씩 지도가 그려졌습니다. 그리스군이 단일한 집단이 아니라, 수많은 지역과 이해관계를 가진 연합군이었다는 사실도 더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브리세이스, 명예의 상징


2권에서도 아킬레우스는 여전히 브리세이스 문제로 분노한 채 배에 머물러 있습니다. 1권을 읽을 때부터 놓지 못한 의문이 여기서도 이어졌습니다. 그리스 최고의 장수라는 사람이 저렇게까지 분노하고 전쟁까지 거부한다는 게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브리세이스는 어디까지나 전리품이었는데, 왜 두 사람이 그토록 그녀를 차지하려 했을까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브리세이스는 군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명예의 선물'이었습니다. 아가멤논이 그녀를 빼앗은 것은 곧 아킬레우스의 공로를 공개적으로 부정하는 행위였던 셈입니다. 존재와 명예를 인정받느냐의 문제였다는 걸 알고 나니, 그의 분노가 조금은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2권을 덮으며


《일리아스》 2권은 창칼이 부딪히는 전투보다 먼저, 말과 소문, 꿈과 권위가 군대를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여줍니다. 아가멤논의 거짓 꿈, 귀향 소동, 테르시테스의 독설, 오뒷세우스의 개입,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함선 목록까지, 전쟁은 이미 전장 밖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마침내 벌어지는 첫 전투 장면들을 다뤄보겠습니다.


참고 자료: 호메로스, 《일리아스》, 이준석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