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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

《오뒷세이아》 6권, 강가에서 만난 나우시카아와 오뒷세우스

by 헤이토비 2026. 10. 12.

폭풍 끝에 겨우 뭍에 오른 오뒷세우스는 낙엽 속에서 깊이 잠들어 있었습니다. 옷 한 벌 없이 낯선 땅에 닿은 사내와, 강가로 빨래하러 나온 왕의 딸 나우시카아. 아테네가 이끈 두 사람의 첫 만남이 6권의 이야기입니다.

 

꿈속에 찾아온 아테네

퀴클롭스족에게 시달리다 스케리아로 옮겨 온 파이아케스 사람들을, 지금은 알키노오스가 다스리고 있었습니다.


아테네는 알키노오스의 딸 나우시카아가 잠든 방으로 바람처럼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소녀의 또래 친구인 뒤마스의 딸 모습으로 꿈에 나타나, 곧 결혼할 텐데 옷들이 엉망으로 널려 있다며 날이 밝으면 노새가 끄는 마차를 타고 강으로 빨래하러 가자고 일렀습니다.

강가의 빨래와 공놀이

아침에 깬 나우시카아는 아버지에게 마차를 청했습니다. 아버지와 결혼하지 않은 형제들이 입을 깨끗한 옷이 필요하다는 이유였지만, 사실은 결혼 이야기를 꺼내기가 부끄러웠던 것입니다. 알키노오스는 모든 걸 알아차리고 기꺼이 마차를 내주었습니다.


강가에 닿은 소녀들은 빨래통에서 옷을 밟아 빤 뒤 바닷가 조약돌 위에 널어 말렸습니다. 그리고 목욕을 하고 식사를 마친 뒤 공놀이를 시작했습니다. 그 가운데 나우시카아는, 요정들보다 머리 하나만큼 커서 단번에 눈에 띄는 아르테미스처럼 시녀들 사이에서 도드라졌습니다.

 

덤불 밖으로 나온 오뒷세우스

집으로 돌아가려 할 때, 아테네는 오뒷세우스가 소녀를 만나도록 일을 꾸몄습니다. 나우시카아가 던진 공이 시녀를 비껴 깊은 소용돌이에 빠지자 소녀들이 크게 소리를 질렀고, 그 소리에 오뒷세우스가 잠에서 깼습니다.


그는 이곳 사람들이 거칠고 올바르지 않은 자들인지, 손님을 아끼고 신을 두려워하는 자들인지 궁금해하며 덤불 밖으로 나왔습니다. 잎이 달린 나뭇가지로 몸을 가린 그의 모습은 소금물에 엉망이 되어 끔찍해 보였습니다. 시녀들은 모두 달아났지만, 아테네가 용기를 불어넣어 준 나우시카아만은 그 자리에 버티고 섰습니다.

거리를 두고 건넨 꿀 같은 말

오뒷세우스는 소녀의 무릎을 붙잡고 빌면 노여워할까 싶어, 거리를 둔 채 말로 간청했습니다. 그녀가 여신이라면 아르테미스를 닮았고, 인간이라면 부모와 형제들이 세 배나 복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스무 날 만에 바다에서 벗어났다며, 도시를 알려 주고 몸을 가릴 천 한 조각이라도 달라고 청했습니다.

나우시카아는 그가 나쁜 사람도, 지각없는 사람도 아닌 것 같다며 옷과 필요한 것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달아난 시녀들을 불러 세워, 모든 나그네와 거지는 제우스에게서 오는 것이니 먹을 것을 주고 목욕을 시켜 드리라고 일렀습니다.

아테네의 숲에서 올린 기도

오뒷세우스는 시녀들에게 물러나 달라고 한 뒤 혼자 강물에 몸을 씻고, 나우시카아가 준 옷을 입었습니다. 아테네가 그를 더 늠름하게 보이게 해 주자, 나우시카아는 저런 사람이 남편이 되면 좋겠다고 시녀들에게 말했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나우시카아는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지 않도록 아테네의 흑양 숲에서 기다렸다가 따로 오라고 했습니다. 궁전에 들어가면 아버지를 지나쳐 어머니의 무릎을 붙잡고 탄원하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숲에 닿은 오뒷세우스는 파이아케스 사람들에게 환대받게 해 달라고 아테네에게 기도했습니다. 아테네는 그 기도를 들었지만, 포세이돈을 꺼려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습니다.

한 걸음 떨어져서 건넨 말 (헤이토비의 시선)

6권에서 눈길이 간 건 오뒷세우스가 도움을 청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당장 몸을 가릴 옷조차 없었지만, 나우시카아가 언짢아할까봐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 말로 부탁합니다. 급한 처지에도 상대의 마음을 살필 여유가 남아 있었던 것이지요.

이 장면을 읽다가 요나고역에서 만난 젊은 여성이 떠올랐습니다. 3박 4일 여행을 마치고 공항으로 가는 열차를 기다리는데, 그녀가 다가와 한국에서 왔느냐고 물었습니다. 자신도 혼자 여행 중인데 모래 박물관까지 찾아가기가 어렵다며 함께 가 줄 수 있겠느냐고 했습니다. 귀국하는 날이라 사정을 이야기하자, 그녀는 아쉬운 듯 알겠다고 했습니다. 그날 돌아오는 일정만 아니었다면 저도 기꺼이 함께 갔을 겁니다. 혼자 여행하다 보면 길을 묻는 일조차 망설여질 때가 있으니까요. 한국 사람인지 먼저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부탁하던 모습이 아직 기억납니다.

낯선 사람에게 부탁을 꺼내는 것도, 그 말을 듣고 잠시 멈춰 서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인지 이 대목에서는 오뒷세우스의 말솜씨만큼이나, 달아나지 않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 준 나우시카아가 마음에 남았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나우시카아는 다른 작품에도 나오나요?
책의 해설에 따르면 괴테는 나우시카아를 모델로 미뇽이라는 인물을 만들었고, 같은 이름의 애니메이션이 있을 만큼 대중적으로도 사랑받는 인물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가 바로 그 이름을 딴 작품입니다.

Q. 오뒷세우스가 탄원해야 할 나우시카아의 어머니는 누구인가요?
책의 해설에 따르면 왕비 아레테입니다. 오뒷세우스는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먼저 그녀의 승인을 얻어야 하고, 이방인에게 적대적인 이곳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힘도 보여 주어야 합니다.

6권을 덮으며

낯선 땅에 알몸으로 닿은 오뒷세우스는 나우시카아의 도움으로 옷과 음식을 얻고 도시로 가는 길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그는 아테네의 숲에 홀로 남아, 알키노오스의 궁전에 들어갈 때를 기다립니다.

참고: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이준석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