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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

《오뒷세이아》 7권, 알키노오스의 궁전에서 받은 환대

by 헤이토비 2026. 10. 13.

나우시카아의 마차가 먼저 도시로 떠나고, 오뒷세우스는 해 질 무렵 닿은 아테네의 숲에 홀로 남아 기다렸습니다. 공주가 집에 닿았을 즈음, 그는 마침내 파이아케스 사람들의 도시로 걸음을 옮깁니다. 아는 이 하나 없는 낯선 땅이었습니다. 그를 기다리는 것은 눈부신 궁전과, 이름도 모르는 손님을 맞게 될 왕과 왕비였습니다.

 

물동이를 든 소녀

오뒷세우스가 도시로 향하자 아테네는 아무도 그를 알아보거나 시비를 걸지 못하도록 짙은 안개를 둘러 주었습니다. 그리고 물동이를 든 소녀의 모습으로 나타나 알키노오스의 집까지 길을 안내했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외지인을 잘 견디지 못하니, 아무도 쳐다보지 말고 묻지도 말라는 당부도 했습니다.

궁전 앞에 이르자 아테네는 안에서 먼저 왕비 아레테를 만나게 될 거라고 알려 주었습니다. 그녀는 남편과 자식, 백성 모두에게 존경받고, 호의를 품은 이들의 다툼까지 풀어 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녀의 호감을 얻는다면 고향에 돌아갈 희망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헤파이스토스가 지킨 궁전

알키노오스의 궁전은 해나 달처럼 빛났습니다. 청동 담벼락에 황금 대문이 달려 있었고, 문 양편에는 헤파이스토스가 만든, 죽지도 늙지도 않는 금과 은의 개들이 집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황금으로 만든 소년들은 횃불을 들고 밤을 밝혔고, 쉰 명의 시녀가 곡식을 갈고 천을 짰습니다.

대문 밖에는 네 귀에스나 되는 과수원이 있었습니다. 배와 사과, 무화과와 올리브가 겨울이든 여름이든 떨어지는 법이 없었고, 서풍이 불어와 어떤 열매는 틔우고 어떤 열매는 익게 했습니다.

재 속에 앉은 탄원자

안으로 들어간 오뒷세우스가 아레테의 무릎을 붙잡자, 그를 감싸고 있던 안개가 흩어졌습니다.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게 해 달라고 간청한 뒤 화롯가 재 속에 주저앉았습니다. 갑자기 나타난 낯선 사내에 사람들은 말을 잃은 채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한참 뒤 가장 나이 많은 에케네오스가 입을 열었습니다. 손님을 재 속에 앉혀 두는 건 마땅치 않으니, 일으켜 의자에 앉히고 탄원자들을 지켜 주는 제우스께 술을 바치자는 것이었습니다. 알키노오스는 아끼는 아들 라오다마스를 일으켜 그 자리에 손님을 앉혔고, 시녀가 음식을 차려 주었습니다.

이름 대신 들려준 이야기

식사가 끝나고 손님들이 돌아가자, 아레테는 그가 입은 옷이 자신이 시녀들과 함께 지은 것임을 알아보았습니다. 그녀는 그가 누구이며 어디서 왔는지, 누가 이 옷을 주었는지 물었습니다. 오뒷세우스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지나온 길을 들려주었습니다.

벼락에 배를 잃고 아흐레 동안 용골에 실려 다니다 칼륍소의 섬에 닿았고, 그곳에서 칠 년을 머물렀다고 했습니다. 이어 뗏목을 타고 떠났다가 포세이돈의 폭풍을 만나 강가에 닿았고, 공주가 빵과 포도주, 옷을 내주었다고 말했습니다.

사위 삼고 싶은 손님

알키노오스는 딸이 손님을 직접 집으로 데려오지 않은 것을 나무랐습니다. 그러자 오뒷세우스는 공주는 함께 가자고 했지만, 왕이 언짢아할까 두렵고 부끄러워 자신이 사양했다며 나우시카아를 감쌌습니다. 이 말에 알키노오스는 이런 사람이 남아 사위가 되어 준다면 집과 재산을 내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누구도 손님의 뜻을 거슬러 붙잡지 않을 거라며, 다음 날 배로 데려다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오뒷세우스는 그의 명성이 영원하기를 제우스께 빌었습니다. 그날 밤 그는 아레테가 마련해 준 침대에서 기꺼이 잠이 들었습니다.

이름을 묻기 전에 내준 자리 (헤이토비의 시선)

7권을 다 읽고 보니, 궁전 사람들은 끝내 이 손님의 이름을 모릅니다. 그런데도 자리를 내주고 음식을 차리고, 고향으로 보낼 배까지 약속하지요. 처음엔 너무 후한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해설 상자를 보니 고대 희랍에서는 손님에게 음식부터 대접한 뒤 통성명을 했다고 합니다. 이 전통을 크세니아라 부르며 제우스의 법으로 여겼다고요.

해설에는 아킬레우스의 막사에 프리아모스가 찾아온 이야기도 나옵니다. 뜻밖의 손님 앞에서 주인이 놀라 말을 잃는 모습이 닮았다는 겁니다. 일리아스를 끝까지 따라 읽은 터라 그 밤이 바로 떠올랐습니다. 재 속에 앉은 오뒷세우스를 보고 굳어 버린 사람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았습니다.

그 침묵을 깬 건 가장 나이 많은 에케네오스였습니다. 손님을 재 속에 앉혀 두어서는 안 된다는 말에 알키노오스가 나섭니다. 눈부신 궁전 묘사보다, 저는 무엇이 도리인지 짚어 준 이 노인의 짧은 한마디에 더 마음이 갔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알키노오스의 과수원 넓이인 '네 귀에스'는 어느 정도인가요?
주석에 따르면 1귀에스는 남자 한 사람이 온종일 갈 수 있는 밭의 넓이입니다.

Q. 알키노오스가 말한 에우보이아는 어떤 곳인가요?
알키노오스는 파이아케스 사람들 가운데 에우보이아를 다녀온 이들이 그곳을 가장 먼 곳이라 말한다고 합니다. 그곳보다 더 멀더라도 오뒷세우스를 데려다주겠다는 것입니다.

7권을 덮으며

이름조차 밝히지 않은 오뒷세우스는 왕과 왕비의 환대 속에서 귀향의 약속을 얻었습니다. 이제 그가 누구인지 밝혀질 날도 머지않았습니다.

참고: 호메로스,《오뒷세이아》, 이준석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