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키노오스의 궁전에서 하룻밤을 보낸 오뒷세우스는 이튿날 아침 파이아케스 사람들의 회의장으로 나섭니다. 여전히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그날 하루, 그는 눈먼 가수의 노래에 남몰래 눈물을 흘리고, 젊은이의 조롱에 맞서 원반을 집어 들게 됩니다.

회의장에 모인 사람들
새벽이 밝자 알키노오스는 오뒷세우스를 데리고 배들 곁에 있는 회의장으로 갔습니다. 아테네는 왕의 전령 모습으로 시내를 돌며 사람들을 불러 모았고, 오뒷세우스를 더 크고 풍채 좋게 보이도록 해 주었습니다. 파이아케스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그들이 시험할 경기도 잘 치러 내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알키노오스는 이 손님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고향으로 보내 주기를 간청하니, 새 배를 바다에 띄우고 젊은이 쉰두 명을 뽑아 두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모두 궁전으로 와서 손님을 대접하고, 가수 데모도코스도 불러오자고 했습니다.
눈먼 가수가 부른 트로이아의 노래
알키노오스는 양 열두 마리와 돼지 여덟 마리, 소 두 마리를 잡아 잔치를 열었습니다. 전령이 데리고 온 데모도코스는 무사 여신이 누구보다 사랑한 가수였습니다. 여신은 그에게서 두 눈을 앗아 갔지만, 대신 즐거움을 주는 노래를 선사했습니다.
식사가 끝나자 그는 오뒷세우스와 아킬레우스가 잔치 자리에서 다툰 이야기를 노래했습니다. 오뒷세우스는 검붉은 옷을 머리 위로 끌어당겨 얼굴을 가리고 남몰래 울었습니다. 이를 알아챈 사람은 그의 곁에 앉아 무거운 탄식을 들은 알키노오스뿐이었습니다. 알키노오스는 이제 밖으로 나가 경기를 하자고 했습니다.
에우뤼알로스의 조롱
젊은이들은 달리기와 맨몸 격투, 높이뛰기, 원반던지기, 권투를 겨뤘습니다. 경기가 끝나자 알키노오스의 아들 라오다마스가 손님에게도 경기를 권했습니다. 오뒷세우스는 지금은 경기보다 근심이 훨씬 크다며 사양했습니다.
그러자 에우뤼알로스가 시비를 걸었습니다. 당신은 경기에 능한 사람이 아니라, 이득에만 눈독 들이는 뱃장사의 우두머리처럼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뒷세우스는 눈을 치켜뜨며, 신들은 모든 것을 한 사람에게 다 주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생김새는 볼품없어도 말에 품위가 있는 사람이 있고, 외모는 뛰어나도 정신이 빈 사람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표시를 넘어 날아간 원반
오뒷세우스는 옷을 두른 채 뛰쳐나가 파이아케스 사람들이 쓰던 것보다 훨씬 크고 무거운 원반을 집어 들었습니다. 원반은 굉음을 내며 모든 표시를 넘어 날아갔고, 놀란 사람들은 땅에 엎드렸습니다. 남자 모습을 한 아테네는 앞을 못 보는 사람이라도 그 표시를 가려낼 수 있겠다고 말했습니다.
편이 되어 주는 이를 만난 듯 반가워진 오뒷세우스는, 누구든 나와 겨뤄 보라고 했습니다. 다만 자신을 환대해 준 라오다마스와는 겨루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트로이아에서 활로 자신을 앞선 사람은 필로크테테스뿐이었지만, 파도에 짓눌려 지친 몸이라 달리기만은 자신이 없다고도 했습니다.
아레스와 아프로디테의 노래
모두가 침묵하자 알키노오스가 나섰습니다. 손님의 말은 결코 불미스럽지 않았고, 파이아케스 사람들은 권투나 격투가 아니라 달리기와 배, 잔치와 노래, 춤에 뛰어나다고 했습니다. 그는 데모도코스의 수금을 가져오게 하고 젊은이들에게 춤을 추게 했습니다.
데모도코스는 아레스와 아프로디테가 헤파이스토스 몰래 사랑을 나눈 이야기를 노래했습니다. 헬리오스에게 이를 전해 들은 헤파이스토스는 거미줄처럼 가늘어 신들조차 볼 수 없는 사슬로 침대에 덫을 놓았습니다. 두 연인이 사슬에 갇히자 신들은 웃음을 터뜨렸고, 포세이돈이 대신 값을 치르겠다고 약속하고서야 두 신은 풀려났습니다.
신은 모든 것을 다 주지 않는다 (헤이토비의 시선)
데모도코스를 소개하는 대목과 오뒷세우스가 조롱에 답하는 대목이 함께 마음에 남았습니다. 데모도코스는 두 눈을 잃고 노래를 받았고, 오뒷세우스는 신들이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다 주지는 않는다고 말합니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과 그 노래를 듣고 우는 사람의 사정은 다르지만, 두 대목이 어딘가 닮아 보였습니다. 그렇다고 받은 것이 있으니 잃은 것은 괜찮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요. 데모도코스의 노래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두 눈을 대신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오뒷세우스도 배와 동료들을 잃었지만, 원반을 던질 힘과 무례한 말에 맞설 기개는 남아 있었습니다. 옷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던 그가 직접 나서서 원반을 던지는 모습을 보니, 오랜 고생 끝에도 우리가 알던 오뒷세우스가 남아 있어 반가웠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노래에 나오는 퀴테레이아는 누구인가요?
주석에 따르면 퀴테레이아는 아프로디테의 별칭입니다.
Q. 오뒷세우스가 겨루지 않겠다고 한 에우뤼토스는 누구인가요?
오뒷세우스는 오이칼리아의 에우뤼토스가 활쏘기로 아폴론에게 도전했다가, 진노한 아폴론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옛 영웅들과는 굳이 다투지 않겠다고 한 것입니다.
8권 A를 덮으며
이름을 밝히지 않은 손님은 원반 하나로 파이아케스 사람들의 조롱을 잠재웠습니다. 그러나 트로이아의 노래가 다시 불릴 때, 그는 또 한 번 눈물을 감추지 못하게 됩니다.
참고 자료: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이준석 옮김
'고전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오뒷세이아》 7권, 알키노오스의 궁전에서 받은 환대 (0) | 2026.10.13 |
|---|---|
| 《오뒷세이아》 6권, 강가에서 만난 나우시카아와 오뒷세우스 (0) | 2026.10.12 |
| 《오뒷세이아》 5권 B, 폭풍을 건너 파이아케스의 땅에 닿은 오뒷세우스 (0) | 2026.10.11 |
| 《오뒷세이아》 5권 A, 불사를 뿌리치고 고향을 고른 오뒷세우스 (0) | 2026.10.10 |
| 《오뒷세이아》 4권 B, 바다 노인 프로테우스와 구혼자들의 매복 (0) | 2026.1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