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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

《오뒷세이아》 9권 A, 마침내 이름을 밝힌 오뒷세우스

by 헤이토비 2026. 10. 16.

알키노오스의 물음 앞에서 손님은 드디어 입을 엽니다. "저는 라에르테스의 아들 오뒷세우스입니다." 그리고 트로이아를 떠난 뒤 겪은 일을 하나씩 꺼내 놓습니다. 그 이야기는 키코네스족의 도시에서 시작해, 거인 퀴클롭스의 동굴에 이릅니다.

퀴클롭스 동굴에서 주인을 기디리는 오뒷세우스

 

저는 오뒷세우스입니다

오뒷세우스는 먼저 가수의 노래를 들으며 잔치를 벌이는 것보다 아름다운 일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왕이 자신의 근심을 물으니 무엇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우선 이름부터 밝혔습니다. 자신은 라에르테스의 아들 오뒷세우스이며, 온갖 계책으로 알려져 있고 그 명성이 하늘에 닿아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고향 이타카를 바위투성이지만 젊은이를 길러 내는 좋은 곳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칼륍소는 그를 남편으로 삼고 싶어 붙들어 두었고, 키르케도 그러려 했지만 그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했습니다. 아무리 풍족한 집에 산다 해도 고향과 부모보다 더 달콤한 것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키코네스족의 반격

바람은 그들을 트로이아에서 이스마로스, 키코네스족에게로 데려갔습니다. 오뒷세우스 일행은 도시를 함락하고 재물을 공평하게 나눴습니다. 그는 서둘러 떠나자고 했지만, 전우들은 듣지 않고 바닷가에서 포도주를 마시며 양과 소를 잡았습니다.

그사이 키코네스족은 이웃한 뭍의 키코네스족을 불러왔습니다. 수도 더 많고 전차로도, 걸어서도 싸울 줄 아는 이들이었습니다. 아침에는 버텼지만 해가 기울 무렵 밀리기 시작했고, 배 한 척마다 전우 여섯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귀향을 잊게 하는 로토스

그들은 죽은 전우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세 번씩 부른 뒤에야 배를 몰았습니다. 곧 제우스가 북풍과 폭풍을 보내 돛이 찢겼고, 이틀 밤낮을 뭍에 누워 지내야 했습니다. 말레아를 돌 무렵에는 파도와 북풍에 밀려 퀴테라를 지나 아흐레 동안 바다를 떠돌았습니다.

열흘째 닿은 곳은 로토스 열매를 먹는 사람들의 땅이었습니다. 그들은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꿀처럼 달콤한 로토스를 먹은 전우들은 귀향을 잊고 그곳에 눌러앉으려 했습니다. 오뒷세우스는 우는 그들을 억지로 배로 끌고 와 노 젓는 자리 아래 묶어 두었습니다.

퀴클롭스의 땅과 염소 섬

퀴클롭스들은 씨를 뿌리지도 밭을 갈지도 않았지만, 밀과 보리, 포도가 저절로 자랐습니다. 회의장도 법도 없이 산꼭대기 동굴에 살며 저마다 자식과 아내에게만 법을 정해 줄 뿐, 서로에게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배도, 배를 만드는 이도 없었습니다.

그 땅 앞바다에는 야생 염소가 가득한 섬이 있었습니다. 어떤 신이 안개 낀 밤에 배들을 그 섬으로 이끌었고, 날이 밝자 일행은 염소를 사냥해 배마다 아홉 마리씩 나눴습니다. 오뒷세우스에게는 열 마리가 돌아갔습니다. 다음 날 그는 나머지는 남겨 두고, 자기 배의 전우들과 퀴클롭스들이 어떤 자들인지 알아보러 나섰습니다.

동굴 속 거인

동굴 가까이 이르자 그는 배를 지킬 이들을 남기고 가장 뛰어난 전우 열두 명만 데려갔습니다. 마론에게 받은 포도주도 가죽 자루에 담았습니다. 주인은 가축을 먹이러 나가고 없었습니다. 전우들은 치즈와 새끼 양들을 챙겨 얼른 떠나자고 애원했지만, 오뒷세우스는 그가 자신을 접대할지 보고 싶어 기다렸습니다.

이윽고 거인이 돌아와, 네 바퀴 수레 스물두 대로도 못 들 바위로 입구를 막았습니다. 오뒷세우스가 손님을 지켜 주는 제우스를 두려워하라고 탄원하자, 그는 퀴클롭스들은 제우스 따위 안중에도 없다고 했습니다. 배를 어디에 두었느냐는 물음에 오뒷세우스가 포세이돈이 배를 부숴 버렸다고 둘러대자, 거인은 전우 둘을 붙잡아 땅바닥에 내리치고 그대로 먹어 치웠습니다.

그 말을 듣지 않은 건 저였습니다 (헤이토비의 시선)

키코네스족의 도시에서는 전우들이 오뒷세우스의 말을 듣지 않아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퀴클롭스의 동굴에서는 반대였습니다. 전우들이 떠나자고 애원했는데도, 이번에는 그가 듣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말을 듣지 않은 건 저였습니다.” 이 문장에서 잠시 눈길이 멈췄습니다. 앞에서는 전우들을 “그 대단한 바보들”이라고 부르더니, 이제는 자신의 잘못을 털어놓습니다. 그때 떠났더라면 하는 후회가 말을 전하는 지금까지 남아 있는 듯했습니다.

치즈와 가축을 챙겨 나올 수도 있었는데, 그는 굳이 주인을 만나고 싶어 했습니다. 어떤 대접을 받을지 궁금했던 마음은 이해가 갑니다. 다만 그 결과를 전우들이 함께 감당해야 했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마론의 포도주는 얼마나 독했나요?
마론의 집에서는 이 붉은 포도주를 잔에 가득 채운 다음 물 스무 메트론을 부어 마셨다고 합니다. 주석에 따르면 당시에는 포도주 원액과 물을 1:3 또는 2:3으로 섞어 마시는 것이 관행이었으니, 보통 포도주보다 몇 배는 독한 술이었으리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Q. 오뒷세우스의 고향 이타카는 어떤 곳인가요?
오뒷세우스의 말에 따르면 이타카에는 잎사귀가 나부끼는 네리톤산이 있고, 둘레에 둘리키온과 사메, 숲이 우거진 자퀸토스 같은 섬들이 가까이 모여 있습니다. 이타카는 그중 어둠의 방향으로 가장 멀리 떨어져 있고, 다른 섬들은 새벽과 해가 뜨는 쪽을 향해 있다고 합니다.

9권 A를 덮으며

이름을 밝힌 오뒷세우스의 이야기는 승리보다 잃어버린 전우들로 채워져 갑니다. 그리고 지금, 그는 거인의 동굴 안에 갇혀 있습니다.

참고: 호메로스,《오뒷세이아》, 이준석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