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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

《일리아스》 14권(B), 포세이돈의 개입과 아이아스의 활약

by 헤이토비 2026. 9. 11.

제우스가 완전히 잠든 틈을 타 포세이돈이 직접 개입하면서 하편이 시작되며, 그 여파로 헥토르가 바위에 맞아 쓰러지고 아카이아 전사들이 파죽지세로 전과를 올리는 격전이 이어집니다. 전세가 한순간에 뒤집히는 이 흐름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제우스, 헤라의 유혹에 완전히 넘어가다

이다산 정상에서 헤라를 본 제우스는 첫 만남 때처럼 강렬한 욕정에 휩싸여 그녀를 유혹합니다. 헤라가 오케아노스 부부를 만나러 간다는 거짓말을 반복하자 제우스는 그 일은 나중에 해도 된다며 지금 당장 사랑을 나누자 청하고, 다른 신이 볼까 걱정하는 헤라에게 황금 구름으로 둘을 감싸 헬리오스조차 뚫어볼 수 없게 하겠다 약속합니다.

두 신이 함께 눕자 대지는 이슬 맺힌 수련과 크로커스, 히아신스를 피워 올리고 황금 구름이 그들을 뒤덮습니다. 결국 제우스는 잠과 욕정에 완전히 제압된 채 가르가론 봉우리에서 아내를 품에 안고 잠들어버립니다.

휘프노스의 신호와 포세이돈의 출격


제우스가 완전히 잠든 것을 확인한 휘프노스는 곧장 아카이아 진영으로 달려가 포세이돈에게, 제우스가 잠들어 있는 이 짧은 틈을 이용해 다나오스인들을 마음껏 도우라고 전합니다. 포세이돈은 즉시 선두 대열로 나서 아르고스인들을 독려하며, 가장 크고 좋은 방패로 몸을 가리고 가장 긴 창을 들라고 명령합니다.

헥토르가 제아무리 뻐긴다 해도 자신이 앞장서면 버티지 못할 것이라 호언하며, 작은 방패를 든 자는 덜 뛰어난 사람에게 넘기고 더 큰 방패를 들라고 지시합니다. 신의 직접 개입 아래 아카이아군의 대반격이 시작됩니다.

헥토르와 아이아스의 정면충돌


헥토르는 자신을 향해 몸을 돌린 아이아스를 겨누어 창을 날리지만, 창은 가슴 위 두 가죽끈이 겹치는 부위를 맞혀 치명상을 피합니다. 창이 빗나가자 화가 난 헥토르가 전우들 쪽으로 물러나려는 순간, 아이아스가 배를 받치던 바위 하나를 집어 들어 그의 가슴, 목(울대뼈) 가까이를 정확히 가격합니다.

헥토르는 벼락 맞은 떡갈나무처럼 그 자리에서 쓰러지며 창과 방패, 투구를 모두 놓칩니다. 아카이아인들이 달려들지만 풀뤼다마스, 아이네이아스, 사르페돈, 글라우코스 등이 재빨리 그를 둘러싸 보호하고, 전차에 실어 크산토스강까지 옮겨 물을 끼얹자 잠시 의식을 되찾지만, 검은 피를 토한 뒤 다시 쓰러집니다.

풀뤼다마스와 아이아스의 설전


헥토르가 후송되는 틈을 타 아카이아군은 더욱 거세게 몰아붙입니다. 오일레우스의 아들 아이아스(小아이아스)가 사트니오스를 창으로 찔러 쓰러뜨리자, 판토오스의 아들 풀뤼다마스가 대신 프로토에노르를 찔러 죽이고 자랑스레 떠벌립니다.

분노한 텔라몬의 아이아스(大아이아스)가 창을 던지지만 풀뤼다마스는 피하고, 대신 안테노르의 아들 아르켈로코스가 목을 맞아 즉사합니다. 아이아스는 쓰러진 그를 가리키며 프로토에노르의 죽음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었는지 풀뤼다마스에게 되묻는 조롱 섞인 일갈을 날립니다.

페넬레오스·안틸로코스 등 잇따른 전과


아카마스가 형의 원수를 갚겠다며 프로마코스를 찔러 죽이고 뻐기자, 분노한 페넬레오스는 물러난 아카마스 대신 일리오네우스를 눈 밑에서 찔러 눈을 뽑아내고 목을 잘라 머리를 창에 꽂아 트로이아인들 앞에 내보이며 조롱합니다.

트로이아인들이 두려움에 떨며 사방으로 도망칠 곳을 찾는 가운데, 안틸로코스는 팔케스와 메르메로스의 무장을 벗기고, 메리오네스는 모뤼스와 힙포티온을, 테우크로스는 프로토온과 페리페테스를 죽입니다. 아가멤논은 휘페레노르의 옆구리를 찔러 창자를 쏟아내게 하고, 도망치는 자를 쫓는 데는 오일레우스의 아이아스가 가장 많은 목숨을 거둡니다.

침실 하나가 전장을 뒤집는다 (헤이토비의 시선)


전쟁의 승패가 얼마나 '순간'에 달려 있는지 새삼 느꼈습니다. 제우스가 잠든 짧은 틈을 타 포세이돈이 개입하자 헥토르가 쓰러지고 전세가 완전히 뒤집힙니다. 목숨을 건 처절한 전장이 사실은 신들의 침실에서 벌어진 일 하나로 좌우된다는 설정이 씁쓸하면서도 묘하게 설득력 있었습니다.

아이아스가 바위로 헥토르를 쓰러뜨리는 장면은 통쾌했지만, 곧이어 페넬레오스가 일리오네우스의 머리를 창에 꽂아 보이는 대목에서는 전쟁의 잔혹함이 그대로 드러나더군요. 승리의 환호와 잔인함이 한 문단 안에 공존하는 서술이야말로, 호메로스가 전쟁을 미화하지 않으려 한 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14권 B를 덮으며.


제우스가 잠든 틈을 탄 포세이돈의 개입으로 전세는 완전히 뒤집혔고, 헥토르가 쓰러진 이후 아카이아 전사들은 파죽지세로 전과를 올립니다. 신들의 침실 정치가 인간의 전장을 얼마나 손쉽게 뒤흔드는지를 보여주는 14권은, 다음 권에서 벌어질 제우스의 각성과 그 파장이 벌써부터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참고자료: 호메로스, 《일리아스》, 이준석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