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권 후반부는 파트로클로스를 애도하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이어 테티스가 헤파이스토스를 찾아가 아들의 새 무구를 부탁하고, 마침내 저 유명한 아킬레우스의 방패가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이 펼쳐집니다. 방패 위에는 전쟁뿐 아니라 인간의 삶이 함께 새겨집니다. 아킬레우스가 다시 전장에 나서기 전, 잠시 방패 속 세상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아킬레우스의 맹세와 파트로클로스를 위한 애도
뮈르미돈인들 사이에 앉은 아킬레우스는 무겁게 신음했습니다. 언젠가 파트로클로스를 고향 오푸스로 다시 데려가겠다고 했던 약속이 헛된 말이 되었다며 탄식합니다. 그는 헥토르의 무장과 머리를 가져오기 전까지 파트로클로스의 장례를 치르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화장 장작더미 앞에서 트로이아의 뛰어난 아들 열두 명을 죽이겠다고 맹세했습니다.
뮈르미돈인들은 세발솥에 물을 데워 파트로클로스의 몸을 씻기고 올리브기름을 발랐습니다. 상처에는 구 년 묵은 연고를 채워 넣고, 고운 아마포와 흰 천으로 몸을 덮었습니다. 아킬레우스와 뮈르미돈인들은 밤새도록 파트로클로스 곁에서 탄식하며 울었습니다.
제우스와 헤라의 대화
같은 시각, 제우스는 헤라에게 마침내 바라던 일을 이루어 발 빠른 아킬레우스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고 말합니다. 헤라는 죽게 마련인 인간조차 다른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해주려 하는데, 자신이 트로이아인들에게 원한을 품고 불행을 마련한다고 해서 무엇이 문제냐고 반문합니다.
짧은 대화지만 아킬레우스가 다시 전장으로 돌아오게 된 배후에는 인간의 슬픔뿐 아니라, 트로이아를 무너뜨리려는 헤라의 오랜 의지가 함께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테티스, 헤파이스토스의 궁전을 찾다
테티스는 올림포스로 올라가 헤파이스토스의 청동 집에 이르렀습니다. 다리를 저는 그가 손수 지은 집은 별빛처럼 빛났으며, 불사신들의 집 가운데서도 단연 돋보였습니다.
헤파이스토스는 신들의 회의장까지 저절로 갔다가 돌아올 수 있는 세발솥 스무 개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솥마다 황금 바퀴를 달았지만 손잡이는 아직 완성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그의 아내 카리스는 테티스를 반갑게 맞아 은 못을 박은 정교한 의자에 앉힌 뒤, 작업 중인 남편을 불렀습니다.
헤파이스토스의 감사와 테티스의 부탁
헤파이스토스는 테티스가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라며 반가워했습니다. 어머니 헤라가 다리를 저는 자신을 감추려고 바다에 던졌을 때, 테티스와 에우뤼노메가 구 년 동안 동굴에서 보살펴주었던 일을 떠올렸습니다.
테티스는 눈물을 흘리며 펠레우스와의 결혼부터 아킬레우스를 나무처럼 길러낸 이야기까지 털어놓았습니다. 아가멤논이 브리세이스를 빼앗은 일과 아킬레우스의 무장을 입고 출전한 파트로클로스가 헥토르에게 죽임을 당한 사연도 전했습니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헤파이스토스는 아킬레우스를 위해 새 무구를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방패에 새겨진 우주와 두 도시
헤파이스토스는 다섯 겹의 판에 세 겹 테두리를 두르고 은으로 만든 끈을 단 거대한 방패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위에는 대지와 하늘과 바다, 헬리오스와 보름달을 새겼습니다. 플레이아데스와 휘아데스, 오리온과 큰곰자리 같은 별들도 방패 위에 놓였습니다.
이어 인간들이 사는 두 도시가 새겨졌습니다. 한 도시에서는 결혼식과 잔치가 열리고, 사람들이 피리와 수금 소리에 맞춰 춤을 추었습니다. 광장에서는 살해된 사람의 배상금을 둘러싼 재판도 벌어졌습니다. 다른 도시는 군대에 포위되어 있었습니다. 성 밖에서 기습과 전투가 이어지고, 에리스와 퀴도이모스, 죽음이 뒤섞인 참혹한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방패에 담긴 인간의 삶(헤이토비의 시선)
방패에는 전쟁만 새겨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일꾼들이 곡식을 거두는 왕의 영지와 소년이 리노스의 노래를 부르는 포도밭, 소떼를 덮치는 사자와 양 떼가 머무는 목초지도 담겼습니다. 무도회장에서는 젊은 남녀가 손을 맞잡고 춤을 추었고, 방패 가장자리에는 오케아노스의 물결이 둘러졌습니다.
헤파이스토스는 방패에 이어 가슴받이와 투구, 정강이받이까지 완성했습니다. 테티스는 빛나는 무구를 받아 들고 아들에게로 향했습니다.
전쟁터로 나갈 아킬레우스의 방패에 사람들이 살아가는 평범한 모습이 새겨져 있다는 점이 오래 남았습니다. 아킬레우스는 다시 싸움터로 돌아가지만, 방패 안의 사람들은 농사를 짓고 노래하며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18권을 덮으며
파트로클로스를 애도하며 시작한 18권 후반부는 테티스가 완성된 무구를 받아 아들에게 돌아가는 장면으로 끝납니다. 전쟁터로 나갈 아킬레우스의 방패에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 새겨져 있다는 점이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다음 권에서 아킬레우스는 이 무구를 입고 다시 전장에 나섭니다.
참고자료: 호메로스《일리아스》, 이준석 옮김
'고전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일리아스》 20권 A 줄거리: 신들이 전장으로 내려온 날 (0) | 2026.09.21 |
|---|---|
| 《일리아스》 19권, 분노는 거두었으나 슬픔은 남았다 (0) | 2026.09.20 |
| 《일리아스》 18권 A, 파트로클로스의 죽음, 아킬레우스의 절규 (0) | 2026.09.18 |
| 《일리아스》 17권 B, 시신을 지키려는 사투와 비보를 안고 떠난 안틸로코스 (0) | 2026.09.17 |
| 《일리아스》 17권 A, 메넬라오스와 파트로클로스의 시신을 둘러싼 첫 대결 (0) | 2026.09.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