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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

《일리아스》 7권, 헥토르와 아이아스의 결투

by 헤이토비 2026. 9. 2.

《일리아스》 7권은 헥토르와 아이아스의 결투를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신들의 뜻으로 시작된 대결은 승부를 가리지 못하지만, 두 영웅은 서로에게 경의를 표하며 선물을 주고받습니다. 이후 양측은 장례를 위해 휴전하고, 아카이아인들은 배를 지킬 방벽을 쌓습니다. 7권의 흐름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헥토르와 아이아스, 신들의 뜻으로 결투가 성사되다


전장에서 헥토르는 에이오네우스를 창으로 쓰러뜨리고, 글라우코스는 전차에 올라타려던 이피노오스를 공격합니다. 격렬한 전투가 이어지는 가운데 아테네와 아폴론은 떡갈나무 곁에서 만나, 헥토르가 아카이아의 용사 한 명을 불러내 일대일 결투를 벌이게 하기로 합니다. 두 신의 뜻을 알아챈 예언자 헬레노스가 이 계획을 전하자, 헥토르는 전열 한복판으로 나가 양쪽 군대를 멈춰 세웁니다.

그는 아카이아인들에게 자신과 싸울 용사를 내보내라고 도전합니다. 자신이 지면 무장은 가져가되 시신은 트로이아에 돌려주고, 자신이 이기면 상대의 무장은 아폴론 신전에 걸되 시신은 아카이아 진영으로 돌려보내겠다고 약속합니다.


침묵하는 아카이아인들, 아홉 용사가 나서다


헥토르의 도전에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침묵이 흐릅니다. 메넬라오스가 분개하며 나서려 하자 아가멤논이 그를 말리며, 그보다 훨씬 뛰어난 아킬레우스조차 헥토르와 마주치기를 꺼린다고 타이릅니다.

이때 네스토르가 나서 젊은 시절 자신의 무용담을 들려주며 그들을 질책하니, 아가멤논과 디오메데스를 시작으로 아홉 명의 용사가 잇달아 일어섭니다. 제비를 뽑아 대표를 정하기로 하고, 투구에 담긴 제비들 중 아이아스의 표시가 나오자 모두가 반깁니다. 아이아스는 크게 기뻐하며 제우스에게 승리를 기원하는 기도를 올립니다.


헥토르와 아이아스의 격돌


무장을 갖춘 아이아스가 성탑처럼 거대한 몸으로 다가서자 트로이아인들은 두려움에 떨고, 헥토르조차 가슴이 떨리지만 이미 뱉은 말이라 물러서지 못합니다. 두 사람은 창을 던지고 받으며 격전을 벌이는데, 헥토르의 창은 아이아스의 일곱 겹 방패를 여섯 겹까지 뚫었으나 마지막 겹에서 멈추고, 아이아스의 창은 헥토르의 방패를 꿰뚫어 옷자락까지 찢어놓습니다.

이어 두 사람은 바위를 집어 던지며 싸우는데, 헥토르는 아이아스가 던진 바위에 방패가 부서지고 무릎을 다쳐 쓰러지지만, 아폴론이 즉시 그를 일으켜 세웁니다.


무승부로 끝난 결투, 선물을 주고 받다


칼을 뽑아 들고 다시 맞붙으려는 순간, 트로이아와 아카이아 양쪽에서 온 전령 이다이오스와 탈튀비오스가 두 사람 사이에 지팡이를 세워 싸움을 말립니다. 밤이 되었으니 그만 멈추자는 것이었습니다. 헥토르와 아이아스는 서로의 무용을 인정하며 화해하고, 헥토르는 은 못을 박은 칼을, 아이아스는 검붉게 빛나는 허리띠를 서로에게 선물합니다.

두 사람은 각자의 진영으로 돌아가고, 아가멤논은 무사히 돌아온 아이아스를 위해 잔치를 베풀고 그를 치하합니다.


정전과 장례, 아카이아인들의 방벽


네스토르는 전사자들을 장사 지내고 배들 곁에 방벽과 호를 쌓자고 제안합니다. 한편 트로이아 회의에서 안테노르는 헬레네를 돌려주자고 주장하지만, 파리스는 헬레네만은 내줄 수 없다며 대신 재산을 돌려주겠다고 답합니다.

프리아모스는 이 뜻과 함께 정전을 요청하러 이다이오스를 아카이아 진영에 보내고, 디오메데스는 파리스의 재산은 물론 헬레네조차 받지 말라고 못 박으며 시신을 화장하는 것에만 동의합니다.

양측은 전사자를 거두어 화장하고, 아카이아인들은 유골을 모아 봉분과 방벽, 깊은 호를 쌓습니다. 이를 본 포세이돈이 신들께 제물도 바치지 않고 방벽을 쌓았다며 불평하자, 제우스는 훗날 그가 원한다면 방벽을 무너뜨려도 좋다고 답합니다.


결투보다 오래 남은 것, 죽은 자를 위한 침묵


7권을 읽으며 3권의 파리스와 메넬라오스의 결투가 떠올랐습니다. 파리스는 패배 직전 아프로디테에게 구출되며 승부가 어그러졌지만, 헥토르와 아이아스는 해 질 무렵까지 정면으로 맞선 뒤 서로의 용기를 인정하며 전령의 중재를 받아들여 물러납니다. 한쪽은 신의 개입으로 끝을 맺지 못했고, 다른 한쪽은 인간의 예의로 마무리된 셈입니다.

그러나 더 오래 마음에 남은 장면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장례를 위한 휴전이었습니다. 살아 있는 이들은 서로를 죽이기 위해 싸우면서도, 죽은 이들을 거두어 묻기 위해서는 함께 무기를 내려놓습니다. 7권은 영웅들의 결투보다, 전쟁 속에서도 끝내 지켜야 했던 인간의 의무가 더 선명하게 남는 권이었습니다.


7권을 덮으며


7권은 팽팽한 긴장 속에서도 서로를 존중하는 두 영웅의 모습과, 전쟁 속에서도 지켜지는 인간적인 예의를 함께 보여줍니다. 결투는 승부를 가리지 못했지만, 그 결말이 오히려 헥토르와 아이아스라는 두 인물의 품격을 더 선명하게 남깁니다. 다음 8권에서는 다시 격화되는 전투와 신들의 개입을 이어가겠습니다.

참고자료: 호메로스, 《일리아스》, 이준석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