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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

《일리아스》 8권, 제우스의 저울과 트로이아의 반격

by 헤이토비 2026. 9. 3.

《일리아스》 8권은 전쟁의 흐름이 완전히 뒤바뀌는 권입니다. 제우스가 신들에게 어느 편도 돕지 말라는 엄명을 내리고, 직접 전세의 저울을 기울이면서 트로이아군이 아카이아인들을 배 곁까지 몰아붙입니다. 디오메데스의 활약과 테우크로스의 궁술, 그리고 헤라와 아테네가 개입을 시도하다 저지당하는 장면까지, 8권의 흐름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제우스의 경고와 전세의 저울


제우스는 올림포스의 신들을 모두 불러 모아, 어느 편이든 돕다가 발각되는 신은 벌하겠다고 엄포를 놓습니다. 아테네만이 조언 정도는 허락해달라고 청하고 제우스는 이를 허락합니다. 정오가 되자 제우스는 황금 저울을 펼쳐 트로이아인들과 아카이아인들의 운명을 양쪽에 올려놓는데, 아카이아인들의 운명이 무겁게 가라앉고 트로이아인들의 운명은 하늘로 솟구칩니다. 제우스가 이다산에서 벼락을 내리치자 아카이아인들은 공포에 사로잡힙니다.

이도메네우스와 아가멤논, 두 아이아스도 물러나고, 네스토르만이 전장에 남습니다. 하지만 이는 그가 버티려 했기 때문이 아니라, 파리스의 화살에 말 한 필이 쓰러져 미처 달아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네스토르의 위기와 디오메데스의 활약


파리스의 화살에 네스토르의 말이 맞아 쓰러지고, 헥토르가 그를 향해 다가오자 위기에 처합니다. 디오메데스는 오뒷세우스를 부르지만 그는 듣지 않고 배들 쪽으로 서둘러 떠나버립니다.

디오메데스는 홀로 네스토르에게 다가가 자신의 전차에 태우고, 마부 스테넬로스와 에우뤼메돈에게 네스토르의 말을 맡깁니다. 헥토르를 향해 던진 창은 빗나가지만 대신 그의 마부 에니오페우스의 가슴을 맞혀 죽입니다. 헥토르는 슬퍼할 겨를도 없이 곧바로 다른 마부 아르케프톨레모스를 구해 전차에 세웁니다.


헥토르의 조롱과 계속되는 열세


제우스가 디오메데스의 말들 앞에 벼락을 내리치자 네스토르는 두려움에 질려 후퇴하자고 말합니다. 디오메데스는 못마땅해하면서도 그 말을 따르는데, 헥토르가 이를 보고 크게 소리쳐 그를 "계집처럼 타고났다"며 조롱하고 죽음을 보내주겠다고 위협합니다.

디오메데스는 세 번이나 되돌아가 맞서 싸울지 고민하지만, 제우스가 그때마다 트로이아인들에게 승리의 징조인 천둥을 울려 결국 물러납니다. 헥토르는 트로이아인들과 뤼키아인들, 다르다니아인들에게 맹렬한 투지를 떠올리라며 외칩니다.


헤라의 개입 시도와 테우크로스의 활약


헤라는 참호도 저지하지 못하는 방벽을 보며 분노해 포세이돈에게 함께 제우스에 맞서자고 청하지만, 포세이돈은 제우스가 훨씬 강하다며 거절합니다. 대신 헤라는 아가멤논의 마음을 직접 움직여 병사들을 독려하게 하고, 독수리가 제우스의 제단 곁에 사슴을 떨구는 징조가 나타나자 아카이아인들에게 다시 맞서 싸울 투지가 솟아납니다.

이 틈에 테우크로스는 아이아스의 방패 뒤에 숨었다가 나와 화살을 날려 트로이아 병사 여덟명을 잇달아 쓰러뜨립니다. 그러나 헥토르가 던진 돌에 어깨를 맞아 활을 놓치고 쓰러지고, 아이아스가 그를 방패로 감싸 구해냅니다.


저지당한 헤라와 아테네, 제우스의 예언


아카이아인들이 참호까지 밀려나자 헤라와 아테네는 무장을 갖추고 직접 나서려 하지만, 제우스는 이리스를 보내 두 여신의 말들을 절게 하고 전차 밖으로 내던지겠다고 경고합니다. 두 여신은 결국 뜻을 접고 되돌아가지만, 아테네는 말없이 분함을 삭입니다.

이후 제우스는 몸소 올림포스로 돌아와 신들을 다시 불러 모아 경고하며, 아킬레우스가 일어서기 전까지는 아카이아인들의 운명이 계속 눌려 있을 것이고 파트로클로스가 배들 곁에서 숨을 거두는 날이 오리라 예언합니다. 밤이 되자 헥토르는 트로이아인들을 불러 모아 성벽 밖에서 밤새 불을 피우고 경계를 서며, 이튿날 디오메데스가 자신을 막아낼 수 있을지 지켜보겠다고 선언합니다.


제우스의 저울 앞에서


8권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남은 것은 제우스의 황금 저울이었습니다. 저울은 누가 더 용감한지를 재기보다, 그날 전쟁의 흐름이 어디로 기울지를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디오메데스와 테우크로스가 끝까지 맞섰지만, 인간의 용맹만으로는 제우스가 정한 전세를 되돌릴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의 싸움이 의미 없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디오메데스는 위험에 빠진 네스토르를 구했고, 아이아스는 쓰러진 테우크로스를 방패로 감쌌습니다. 전쟁의 승패를 바꾸지 못하더라도, 위기 속에서 누구를 외면하지 않을지는 인간이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8권을 덮으며


8권은 제우스의 개입 한 번으로 전쟁의 흐름이 완전히 뒤바뀌는 극적인 권입니다. 인간의 용맹만으로는 넘어설 수 없는 신의 뜻이 전장을 지배하는 모습과, 그 속에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버텨내는 영웅들의 모습이 함께 그려집니다. 다음 9권에서는 궁지에 몰린 아카이아인들이 아킬레우스에게 화해를 청하게 됩니다.

참고자료: 호메로스, 《일리아스》, 이준석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