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전문학

《일리아스》 18권 A, 파트로클로스의 죽음, 아킬레우스의 절규

by 헤이토비 2026. 9. 18.

18권은 파트로클로스의 전사 소식이 아킬레우스에게 전해지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가장 가까운 벗의 죽음 앞에서 아킬레우스는 한순간에 무너지고, 그 슬픔은 곧 복수를 향한 분노로 바뀝니다. 이번 편에서는 비보가 전해지는 순간부터 트로이아인들의 운명을 가른 선택까지 살펴보겠습니다.

안틸로코스, 죽음의 소식을 전하다


네스토르의 아들 안틸로코스가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아킬레우스에게 다가옵니다. 파트로클로스가 쓰러졌으며, 벌거벗겨진 그의 시신을 두고 양편이 싸우고 있고, 빛나는 무장은 헥토르가 손에 넣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고통의 먹구름이 아킬레우스를 뒤덮었습니다. 그는 잿빛 흙먼지를 머리 위로 쏟아붓고, 흙먼지 속에 온몸을 길게 뻗어 누운 채 머리카락을 쥐어뜯었습니다. 하녀들도 목놓아 울었고, 안틸로코스는 아킬레우스가 쇠붙이로 제 목을 자를까 두려워 그의 두 손을 붙들었습니다.

바닷속까지 전해진 절규, 테티스의 슬픔


아킬레우스의 울부짖음은 바다 깊은 곳에서 늙은 아버지 곁에 앉아 있던 테티스에게까지 닿았습니다. 그녀가 비명을 지르자 네레우스의 딸들이 사방에서 몰려와 동굴을 가득 메웠습니다.

테티스는 죽음을 모르는 여신인 자신이 인간 펠레우스와 혼인해 아들을 낳았고, 나무처럼 길러낸 그 아들을 트로이아로 보냈지만 이제 살아 돌아오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었다며 통곡합니다. 아들이 아직 살아 있는데도 이미 다가올 죽음을 알고 있는 어머니의 슬픔이 짙게 배어 있는 장면입니다.

테티스와 아킬레우스의 대화, 복수와 죽음의 예언


테티스는 트로이아 해안으로 올라가 신음하는 아들의 머리를 붙잡고 통곡했습니다. 아킬레우스는 친구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과 함께 아가멤논과의 다툼을 지난 일로 덮고, 파트로클로스를 죽인 헥토르를 잡으러 가겠다고 선언합니다.

테티스는 헥토르를 죽인 뒤에는 아킬레우스의 죽음도 곧 닥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그러나 아킬레우스는 헤라클레스조차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며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겠다고 답합니다. 테티스는 아들의 뜻을 받아들이면서도 무장이 헥토르에게 넘어갔으니, 자신이 헤파이스토스에게서 새 무장을 가져올 때까지 싸움에 나가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이리스의 전갈, 헤라가 아킬레우스를 재촉하다


파트로클로스의 시신을 둘러싼 쟁탈전은 계속되었습니다. 헥토르는 세 차례나 시신의 두 발을 붙잡고 끌고 가려했지만, 두 아이아스가 그때마다 막아냈습니다. 그는 파트로클로스의 머리를 베어 말뚝에 꽂으라고 명령하며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이를 지켜보던 헤라는 제우스와 다른 신들 몰래 이리스를 보냈습니다. 아킬레우스는 무장이 없고 어머니도 싸움에 나가지 말라고 했음을 밝힙니다. 그러자 이리스는 무장 없이 참호로 나가 모습만 드러내라고 합니다. 그것만으로도 트로이아인들이 겁을 먹고 물러날 것이라는 말이었습니다.

참호 위의 함성, 트로이아군을 덮친 공포


아킬레우스가 몸을 일으키자 아테네는 그의 두 어깨에 아이기스를 둘러주고, 머리를 황금 구름으로 감싸 눈부신 불길이 타오르게 했습니다. 아킬레우스는 전투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참호 언저리에 멈춰 서서 고함을 질렀고, 아테네도 함께 소리를 높였습니다.

세 차례의 외침에 트로이아인들은 세 차례나 공포에 휩싸였고, 말들은 전차를 뒤로 돌렸습니다. 혼란 속에서 우두머리 열두 명이 자신의 전차와 창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아카이아인들은 그 틈을 타 파트로클로스의 시신을 무기가 닿지 않는 곳까지 끌어냈습니다.

풀뤼다마스의 충언과 헥토르의 선택(헤이토비의 시선)


전투가 멈추자 풀뤼다마스는 아킬레우스가 돌아오기 전에 성안으로 물러나 성벽 뒤에서 맞서자고 권했습니다. 그러나 헥토르는 오랫동안 성안에 갇혀 지낸 것에 진저리가 난다며 이를 거절하고, 다음 날 다시 무장을 갖춰 싸우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트로이아인들은 풀뤼다마스의 충언보다 헥토르의 말에 환호했습니다.

두려움을 인정하고 물러서는 일에도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헥토르는 눈앞의 승리에 취해 냉정한 판단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한 사람의 지혜로운 충고가 지도자의 자존심과 다수의 열광 앞에 묻히는 장면이라, 앞으로 닥칠 일을 알고 읽으면 더욱 안타깝고 서늘하게 다가옵니다.

18권 A를 덮으며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을 전해 들은 아킬레우스는 자신의 죽음까지 받아들이며 복수를 결심합니다. 반면 헥토르는 풀뤼다마스의 충언을 외면하고 성 밖에 남는 길을 선택합니다. 두 사람이 내린 선택이 앞으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파트로클로스를 위한 애도와 아킬레우스의 새 무구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참고자료: 호메로스,《일리아스》, 이준석 옮김